검찰이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59·사진)의 최근 6개월치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 한국저축은행 지점 3~4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자료 분석 과정에서 퇴출 저지를 위해 윤 회장이 일부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 회장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하기 위해 KT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에 필요한 공문을 최근 보냈다”며 “현재 자료를 건네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회장이 두 대의 휴대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각각의 전화로 통화한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의 불법대출 및 횡령 등 혐의를 캐고 있는 검찰이 통화내역 조사에 나서면서 앞으로 윤 회장의 정·관계 로비 여부에 수사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평소 윤 회장이 정·관계 고위 인사와 친분을 과시하며 “한국저축은행만큼은 (퇴출 대상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공공연하게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몇몇 전직 고위관료들과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말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동행하기도 했던 윤 회장은 ‘DJ의 정부 밖 경제 참모’로 불리는 등 DJ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의 정·관계 고위층 인사 대상 로비 의혹을 주시하는 검찰도 그의 이 같은 폭넓은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또 윤 회장이 2008년 4월 계열 저축은행에서 300억원가량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해 초 중소 전기·전자업체인 K전선 김모 대표로부터 “2008년 K전선이 경기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으로 돼 있는 300억원은 사실 한국저축은행이 우리 회사 명의를 빌려 차명대출을 받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중 2곳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저축은행 예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최운식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SPC 2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의 대주주들이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대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을 피하기 위해 SPC를 세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빌미로 불법대출을 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