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사령탑인 권오현 부품(DS) 총괄 부회장(60·사진)이 PC용 메모리 반도체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반도체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했다. 올 하반기부터 ‘휘는 디스플레이’ 시대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모바일 반도체는 고속 성장

권 부회장은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2 삼성증권 글로벌 인베스터즈 콘퍼런스’에 참석, “이제 범용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발전할 만큼 발전해 원가 절감이 가장 큰 변수가 됐다”며 “대신 모바일 반도체에서는 원가절감 외에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반도체가 표준화된 제품이기는 하지만 혁신이 가능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발전 속도가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에 앞으로 모바일 반도체에 집중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권 부회장이 모바일 반도체에 주력하려는 것은 이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서다. 그는 “2015년까지 전체 D램 시장은 연평균 33% 성장하는 데 비해 모바일 D램 시장 규모는 매년 56%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D램에서 모바일 D램이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15% 미만에서 2015년에 30%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낸드플래시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봤다. 권 부회장은 “2015년까지 모바일 낸드 제품이 매년 57% 성장해 전체 낸드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부가가치가 낮은 일반 낸드 제품이 40%가량 되지만 2015년에는 이 비중이 20%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략은 스피드와 원가 절감

권 부회장은 고속 성장하는 모바일 반도체에서도 최강자로 우뚝서기 위해 스피드 경영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모바일 D램은 그 어느 분야보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다”며 “이 때문에 한 번 1위 자리를 놓치면 모든 것을 잃게 돼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범용 메모리 분야에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생산 원가를 단기간 내 줄이겠다고 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20나노 후반대였던 일반 D램을 올해 20나노 중반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낸드는 지난해 20나노 초반대에서 올해 10나노 중반대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나노대 공정을 이용해 낸드를 생산하면 20나노급보다 50% 정도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력 사용량을 현재보다 60% 이상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모바일 D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휘는 디스플레이 시대 개막

권 부회장은 “휘는 디스플레이가 언제쯤 나오겠냐”는 질문에 “올 하반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통해 휘는 디스플레이를 대량 생산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어 “OLED는 매우 얇고 가볍기 때문에 2015년이면 OLED가 디스플레이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은 OLED에 집중해 이 분야에서도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3년간 PC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했고 지금은 모바일 시장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SK가 하이닉스를 손에 넣었고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려는 점을 들었다. 일본 소니와 히타치 등이 재팬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모바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위로 뛰어올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추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의 전략은 명확하다”며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술적 리더십을 주도해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를 받은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반도체 분야에서만 한우물을 팠다. 1987년 4메가 D램을 개발했고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64메가 D램 개발팀장을 맡았다. 256메가 D램도 가장 먼저 개발한 뒤 1997년 메모리본부 제품기술센터장에 올랐다.

1997년 1월 시스템LSI사업부가 출범하면서 이곳 제품기술실장(상무)으로 옮긴 뒤 1998년 시스템LSI사업부 전무와 2000년 부사장, 2004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작년 7월부터 삼성전자 DS 부문을 총괄하고 있으며 같은 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