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철강사인 동국제강이 포항 1후판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조선, 건설경기 침체로 후판 수요가 급감하면서 포스코 등 다른 철강회사들도 생산설비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국제강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6월10일부터 3개 후판 공장 가운데 경북 포항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문을 닫는다고 10일 발표했다. 이 회사 후판 생산능력은 연간 440만에서 포항 2공장 190만, 충남 당진공장 150만 등 총 340만으로 줄어든다. 1990년 설립된 포항 1후판 공장은 연간 100만을 생산해 왔다. 지난해에는 70만가량을 생산, 전체 매출의 11%인 6650억원을 올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포항 2공장과 당진공장의 효율성을 높여 1공장 폐쇄에 따른 매출 감소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노후화한 포항 1후판공장은 다른 용도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4월 당 111만원이던 후판값은 8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국과 일본 철강회사들까지 원가 수준으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면서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조선업체들의 후판 구매량은 줄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는 데다 후판이 덜 들어가는 해양 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조선회사들의 올해 후판 구매량이 지난해 대비 12%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도 포항 1후판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내년 200만 규모의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데다 중국과 일본산 후판 구매량이 늘고 있어 설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선박용 엔진 생산업체인 두산엔진은 작년 11월부터 4개 공장 가운데 경남 창원 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조선업계의 일반 상선 수주가 지난해 말부터 크게 감소하면서 전·후방산업에 연쇄 파장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산업현장에도 불황의 불똥이 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후판(厚板)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선박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대부분 탄소강 제품이 많으며 합금강이나 스테인리스강 등 특수 처리한 제품도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