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스컵 요트, 경제를 일으키다
‘바다 위의 포뮬러1(F1)’으로 불리는 아메리카스컵 요트 월드시리즈 5차 대회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아메리카스컵은 요트뿐만 아니라 해양산업 전반을 키우는 경제의 동력이기도 하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기 때문이다.

참가팀들은 요트를 자국에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요트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스위스 로잔공대 등이 소재, 유체역학, 선체 디자인 등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요트 제작에 동참한다. 그래서 산업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우승 이후 해양산업 급성장

낙농국가인 뉴질랜드가 해양산업 3대 강국으로 성장한 계기도 아메리카스컵 우승이었다. 뉴질랜드는 1986년부터 국가적인 지원을 펼친 덕분에 1995년 처음 우승했고 2000년 2연패를 달성하며 요트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후 요트와 보트 등 소형 선박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술력은 부의 창출로 이어졌다. 뉴질랜드의 소형 선박 수출은 연간 17억달러(2조원) 규모까지 늘었고 길이 24m 이상인 슈퍼 요트의 3대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영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슈퍼 요트 시장은 2~3년 뒤 470억달러(54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고용도 늘어 1만명 이상이 소형 선박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도 아메리카스컵이 해양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다각적인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내년 본선에 참가하는 팀뉴질랜드에 지난해부터 2600만달러(300억원)를 지원할 정도다.

○개최지 관광특수까지

아메리카스컵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인기있는 대회다. 1851년 시작됐으니 올림픽보다 더 오랜 국제 스포츠 대회다. 개최 도시는 전 세계에서 찾아든 관광객들로 특수를 누린다.

2007년과 2010년 아메리카스컵을 개최한 스페인 발렌시아는 아메리카스컵을 통해 관광 중심지로 떠올랐다. 발렌시아 항구를 마리나 복합단지로 개발하고 공항 철도 고속도로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를 확충했다. 아메리카스컵 빌리지를 조성하는 등 3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열린 발렌시아 대회는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400만여명이 입장한 2007년에 이어 2010년에는 640만여명이 아메리카스컵 빌리지를 찾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요트 레이스를 지켜봤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2007년 발렌시아 대회에서 922만유로(14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에서 발렌시아를 찾은 관광객들이 먹고 자고 즐기는 데 쓴 돈이 포함된 금액이다.


◆ 아메리카스컵이란

바다위의 F1…1대1 '매치 레이스'
월드시리즈 5차 대회, 17일 베네치아 개막


아메리카스컵 요트대회는 두 팀이 세일링 요트를 타고 1 대 1로 경쟁, 정해진 코스를 먼저 돌아오는 팀이 이기는 ‘매치 레이스’ 형태로 진행된다.

각국 요트클럽팀이 출전하는 게 원칙이지만 내년 대회부터는 돛에 국기를 부착하도록 해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해졌다. 유능한 선수를 다른 국가에서 스카우트해 출전할 수도 있다.

아메리카스컵은 전년도 우승자와 이에 도전하는 한 팀의 대결을 말한다. 아메리카스컵 도전자가 되려면 루이비통컵에서 우승해야 한다.

대회는 이전 우승국에서 열린다. 제34회 아메리카스컵은 내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루이비통컵은 오는 7~8월 열린다. 한국의 팀코리아는 지난해 6월 루이비통컵 출전을 확정지었다.

아메리카스컵 조직위원회는 대회 붐 조성을 위해 ‘월드시리즈’를 도입했다. 월드리시즈는 지난해 포르투갈 카스카이스, 영국 플리머스, 미국 샌디에이고, 올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렸다. 월드시리즈 5차 대회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7~20일 개최된다.

김동영 대표가 이끄는 팀코리아가 아메리카스컵에 처음으로 출전, 4차 대회까지 전체 10개 팀 중 5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