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세동(대표 윤정상)은 최근 제품 불량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을 통해 지난 1월부터 일본 퇴직 기술자 오카자키 키요미 씨(70)를 영입하면서다.

세동은 1973년 8월에 설립됐다. 39년간 자동차 외장부품인 도어벨트와 루프 몰딩을 생산해왔다. 국내외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을 거래처로 확보하면서 노하우도 많이 쌓였다. 하지만 작년 미국 고객사에 납품한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해 2억5000만 원을 손해봤다.

TPE(Thermoplastic Elastomer) 압출물을 만들 때 '플로우 마크'(수지의 흐름 자국)가 발생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생겼다. 생산품 가운데 도어벨트의 불량률이 특히 높았다.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는 크게 3가지인데, 온도나 공정 등과 같은 압출조건에 따라 만들기가 복잡했다. 불량률이 16%에 달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본 기술자의 지도가 시작되면서 불량률은 지난 1분기에 8%로 떨어졌다. 회사 측은 불량률이 이번 분기에는 6.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량률 개선에는 오카자키 씨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는 일본 반도화학에서 32년간 근무하면서 고무 플라스틱을 전문 기술로 갖췄다. 오랜 기간 현장에 머물면서 생산 및 품질관리, 제품 개발 등에서도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오카자키 씨는 한 달에 5일 세동에서 기술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공장 현장을 직접 돌아보면서 원료, 온도, 공정 등 압출 조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세동 연구진이 압출 조건을 달리해 결과물을 만들면 오카자키 씨가 이를 검토해 품질 개선을 돕는다. 오카자키 씨는 자신의 오랜 경험 덕에 압출 조건 중 무엇이 문제였는지 금방 알아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세호 세동 상무이사(기술임원)는 "일본 기술자가 온 뒤에는 고객사로부터 '품질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본 퇴직 기술자와 계약 연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오카자키 씨는 기존의 불량률을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조사나 새로운 기술까지 회사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채석 세동 시작개선과 과장은 "내구성이 강한 일본산 톱날을 조사해달라고 오카자키 씨에게 요청한 일이 있다"며 "당시 그는 이와 일본 현지에서 시장조사를 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오카자키 씨는 세동이 급하게 요청한 사안을 일본 현지에서 이메일로도 빠르게 알려주는 등 실시간 소통도 하고 있었다. 일본 회사는 보통 정보 공개에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술자를 통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일본 기술자와의 교류에서 금형기술 기업과 거래를 이어주거나 관련된 기술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세호 이사는 "오카자키 씨는 일본에서 오사카 소주를 가져와 홍어와 함께 드실 정도"라며 한국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초산업분야 기업에는 이런 기술자들이 꼭 필요하다"며 "꼭 맞는 경험을 갖춘 기술자가 아니라도 앞서 있는 일본 기업에서 익힌 다양한 노하우를 회사에 접목 시킨다면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카자키 씨는 "한국 기업은 오너 사장의 방침이 명확하고 종업원의 일에 대한 열의도 높아 조직력이 좋다"며 "하지만 중국 대비 비용 우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개선과 팀 활동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장의 방침이 종업원에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면 기술 교육도 꾸준히 해야 업무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산=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
[한경·한일재단 공동 캠페인]중소기업 기술문제 이렇게 풀자 (4) 日기술자 영입했더니 불량률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