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후 공격 경영 나선 팔도
팔도, 프로야구 타이틀 후원 진짜 이유는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 4월 7일 개막한 2012년 프로야구는 박찬호·이승엽·김병현·김태균 등 해외파 빅4가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서 그 어느 시즌보다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하며 역사를 새로 쓴 프로야구가 올해는 관객 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높아진 인기를 반영하듯 개막에 앞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시범 경기에는 지난해보다 평균 46% 증가한 관객이 드는 등 출발이 순조롭다.

2012 프로야구의 인기에 활짝 웃는 기업이 있다. 타이틀 스폰서인 (주)팔도다. 2000년 타이틀 스폰서가 도입된 이후 대기업이 아닌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것은 팔도가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끈다. 2000~2004년까지는 삼성증권, 2005~2008년은 삼성전자, 2009~2010년은 CJ, 2011년은 롯데카드 등 줄곧 대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왔다. 팔도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은 지원금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의 50억 원보다 10% 오른 55억 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팔도의 행보는 지난 1월 한국야쿠르트에서 분사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브랜드였던 ‘팔도’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것은 1983년 브랜드가 생긴 후 근 30년 만이다. 법인 분리와 함께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와 건강 기능 식품 위주의 헬스 케어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팔도는 라면과 음료를 중점으로 한 종합 음식료 기업으로 관련 부문의 해외 사업도 총괄한다.

이번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는 신생 기업으로서 공격 경영을 펼치겠다는 팔도의 의지가 잘 읽히는 대목이다. 팔도 측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올해 새롭게 출발하면서 팔도라는 사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사회 공헌의 일환”이라며 “특히 올해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남자라면’과 프로야구의 콘셉트가 맞는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 지원금으로 메인 스폰서 나서

대기업에 비해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기업이 메인 스폰서를 맡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터지만, 업계에서는 팔도가 그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팔도 측 역시 수시로 노출되는 2012 프로야구 엠블럼에 따른 기업 이미지 상승은 물론 실제 제품의 판매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와 함께 팔도 측은 야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홈 개막전을 하는 구단을 대상으로 홈팀 관중에게 ‘남자라면’과 ‘강호동의 팍팍’을 각각 1개씩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남자라면’과 함께 인증 샷을 찍어 팔도 페이스북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대형 야구공과 남자라면 선물 세트를 경품으로 증정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또 야구장 외야석에 정해 놓은 홈런 존(zone)으로 홈런 볼이 떨어질 때마다 100만 원 상당의 팔도 제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왕뚜껑 사랑의 홈런 존’ 행사도 2009년 이후 계속 운영 중이다. 팔도가 분사한 데는 지난해 빅히트를 기록한 ‘꼬꼬면’의 힘이 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꼬꼬면은 지난해 하반기 라면 시장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키며 팔도의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출시 1개월 만에 1500만 개 판매를 돌파했고 5개월 만에는 1억 개 판매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월 판매만 2000만 개로 대폭 상승하며 팔도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이후 하얀 국물 라면이 대세를 이루고 너도나도 하얀 국물 라면을 출시하면서 꼬꼬면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팔도는 올 초 분사와 함께 빨간 국물 라면인 남자라면을 출시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팔도는 기존 주력 제품인 꼬꼬면, 틈새라면, 비빔면, 왕뚜껑, 비락식혜, 산타페 커피 등과 함께 남자라면을 비롯한 라면 및 음료 등 10개 이상 신제품을 출시해 올해 매출 목표 4000억 원을 달성할 방침이다.

‘색다른 즐거움’을 슬로건으로 내건 팔도는 “고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히트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종합 식품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선택과 집중의 자원 관리, 수익 구조의 극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 올해의 경영 목표다. 팔도 측은 “향후 5년 안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침이다. 올해 초 이미 ‘꼬꼬면 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금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인 팔도는 지난 4월 20일 ‘팔도 나눔봉사단’을 창단하는 등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팔도 측은 “‘팔도 나눔봉사단’은 단순한 기금 전달이 아니라 전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마음과 행동의 봉사를 할 계획”이라며 “전 임직원은 회사 입사와 동시에 나눔 봉사단에 가입되며 매월 급여의 1%를 모아 봉사 활동 기금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5월에는 복지 시설의 아동들에게 프로야구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여름철에는 꼬꼬면과 함께 삼계탕을 직접 끓여 주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한편 꼬꼬면과 남자라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꼬꼬면 장학재단’에 적립하는 등 고객의 착한 소비 참여에도 앞장서고 있다.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의 성공 여부와 함께 향후 팔도의 행보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팔도 측은 “모든 후발 주자는 진취적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격 경영의 방향성을 확고히 밝혔다.

프로야구 인기 절정, 야구장으로 간 기업들

2012년 프로야구의 높은 인기가 예견되면서 야구장은 벌써부터 마케팅 열기로 후끈하다. 이에 따라 야구장에서는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 경쟁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팔도와 함께 식음료 업체들의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야구장의 대표 상품인 맥주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오비맥주는 ‘카스포인트’를 시행 중이다.

카스포인트는 프로야구 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한 독자적 점수 체계로, 시즌 중 카스포인트를 바탕으로 주간별 최고 플레이어를 선정해 시상한다. 그런가 하면 하이트진로는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등 5개 구단과 손잡고 로고가 들어간 ‘프로야구 스페셜 캔’을 출시했다. 하이트맥주는 ‘배트걸(타격을 마친 타자의 배트를 더그아웃으로 거둬들이는 보조원)’을 후원한다.

빙그레는 잠실야구장 본부석 양 옆쪽에서 자사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이름을 붙인 ‘끌레도르존’을 확보했으며, 두산베어스 경기 ‘키스타임 이벤트’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해당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에게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세트를 보내준다. 동아오츠카는 지난해에 이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여해 포카리스웨트 특별상을 후원한다.

자동차 업계도 야구장으로 대거 몰려갔다. 올해부터 공식 스폰서로 2012 프로야구를 후원하는 기아자동차는 시즌 동안 광주 기아 타이거즈 홈구장에서 시구자를 위한 에스코트 차량 지원, 외야에 레이 홈런존 등을 운영한다.

이뿐만 아니라 올스타전 MVP와 정규 시즌 후 우승팀을 가리는 한국시리즈 MVP에게 기아차를 상품으로 제공하고 각 구장에서 차량 전시 및 현장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한국GM도 지난해에 이어 SK 와이번스와 후원 계약하고 선수들의 유니폼에 쉐보레 브랜드 노출과 함께 어린이와 여성 등을 대상으로 야구 클리닉과 스폰서 데이 등 활동을 펼친다. BMW코리아도 미니 로드스터 정식 론칭에 앞서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공개했다. 넥센타이어·한국타이어 등 타이어 업체도 다양한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