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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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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장영철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지난 4일 “경쟁입찰 구도를 만든 만큼 쌍용건설 매각이 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흘 뒤인 7일 중국계 수이온그룹은 본입찰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장 사장의 호언장담과 달리 입찰 후보가 독일계 M+W그룹만 남게 돼 입찰이 무산됐다. 캠코는 매각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캠코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연초 쌍용건설 매각을 재개할 때, 지난 2월 예비입찰이 유찰돼 재매각을 추진할 때도 캠코는 매각 성공을 자신했다.

    캠코는 지난 2월 경쟁입찰이 무산되자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문제”라며 책임을 우리사주조합에 떠넘겼다. 우리사주조합은 “회사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대주주(캠코) 요구에 우선매수청구권까지 포기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2003년 평균 5000만원의 퇴직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내놓은 대가로 받은 합법적인 재산권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흥행이 부진한 원인 중 하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캠코의 ‘아마추어리즘’이라고 꼬집는다. 쌍용건설은 4년째 계속된 건설업계 불황으로 내부 자금이 고갈돼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 영업상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파는 쪽이 시간에 쫓겨 매각을 추진하면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은 작년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경쟁 건설사의 대주주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계 불황이 지속되자 수천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쏟아부었다.

    하지만 캠코는 내부 규정을 들어 쌍용건설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경영권 매각을 자신한 채, 매각 무산에 대비한 자본확충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코너’로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인수·합병(M&A) 협상에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매각 중단 카드”라며 “캠코는 이런 비상카드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M+W그룹은 캠코 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M+W그룹이 단독입찰한 상황에서 쌍용건설을 헐값에 인수하겠다고 나올 경우 캠코가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궁금하다.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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