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고원에 진분홍 비단이불…'5월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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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황매산 철쭉
해발 700~900m 철쭉 군락지…하루 5000명 넘게 몰려
영상테마파크서 '과거 여행'…전차 등 드라마 세트장 눈길
해발 700~900m 철쭉 군락지…하루 5000명 넘게 몰려
영상테마파크서 '과거 여행'…전차 등 드라마 세트장 눈길
해발 800~900m의 산 능선에 진분홍꽃이 비단이불처럼 펼쳐졌다. 조금 가까이서 보니 꽃들이 한아름씩 뭉텅뭉텅 피어서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꽃을 찾아온 사람들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5월 꽃의 대표주자이자 봄꽃의 지각생인 철쭉이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로 손꼽히는 경남 합천군 대병면의 황매산에 활짝 피었다.
○철쭉 가득한 황매산
푸른 물 속에 잠긴 하봉 중봉 상봉의 산그림자가 호수에 떠 있는 매화와 같다고 해서 수중매라고 불리는 곳. 황매산은 높이 1108m의 주봉을 중심으로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중촌리와 대병면 하금리, 회양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봄에는 철쭉이 해발 700~900m의 황매평전을 물들이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억새가 온 산을 뒤덮는 명소다. 철쭉 사이를 거닐자니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참꽃,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는 개꽃이라며 천시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철쭉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탁 트인 고원에 무리지어 피는 모습는 보기 드물다.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철쭉 군락지 초입까지 찻길이 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철쭉군락지로 향하는 길도 목재 데크 등으로 넓고 편하게 조성돼 있다. 지난 12일 황매산 철쭉제가 시작되면서 주말에는 하루 5000명 이상이 몰려 온 산이 사람과 꽃 천지다. 오는 25일까지 계속되는 철쭉제 기간에 산상음악회, 철쭉심기, 철쭉 페이스페인팅, 어린이 철쭉사진 콘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철쭉 군락지 초입에는 합천 명물인 삼가면의 황토한우로 끓인 소고기국과 토종 흑돼지 바비큐 등을 파는 토속음식점, 농특산물을 파는 장터가 열려 잔치 분위기를 더한다. 황매산철쭉을 보려면 군립공원 내 주차료(승용차 3000원, 25인승 미만 6000원)를 내야 한다. 문의 황매산철쭉제전위원회 (055)934-1411, 합천군청관광개발사업단 (055)930-4667
○옛 서울 재현한 영상테마파크
황매산에서 합천호 쪽으로 내려오면 용주면 가호리에 합천영상테마파크가 기다린다.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때 만들어진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이 영화가 1000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유명해졌다.
가호역(佳湖驛)이라는 역사가 테마파크 입구다. 역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옛 서울역(경성역)과 철길 등 1920년대 서울의 거리 풍경과 건물이 세트로 마련돼 있고 KBS 드라마 ‘각시탈’ 촬영이 한창이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 ‘서울 1945’에 나온 옛 한국은행과 신세계백화점, 원구단, 종로 피맛골, 반도호텔과 이화장도 그대로 있고, 요즘 방영 중인 ‘빛과 그림자’에 나오는 ‘쎄븐스타즈쇼단’ ‘태양영화사' ‘국도극장’도 여기에선 현재 진행형이다.
테마파크에는 152동의 드라마세트를 비롯해 기차, 전차, 간이역, 극장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지난해에만 25만명가량이 다녀갔고,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방문객이 늘었다고 한다. 대흥극장에선 그 옛날 ‘대한뉴우스’를 다시 볼 수 있고 드라마 ‘경성 스캔들’에 쓰였던 전차를 타 볼 수도 있다.
○물소리 시원한 해인사 소리길
황매산과 영상테마파크가 합천의 서남쪽에 있으므로 상경하는 길에 합천 최북단에 있는 가야산과 해인사에 들르기로 했다. 천년고찰 해인사야 더 설명이 필요치 않은 곳. 지난해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열면서 홍류동 계곡을 따라 새로 조성한 ‘해인사 소리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홍류동 계곡은 가을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조차 붉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장경축전 행사장인 가야면 야천리 축전주차장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6㎞ 남짓 이어지는 소리길은 축전주차장~농산정(1구간), 농산정~길상암(2구간), 길상암~주유소(3구간)의 3개 구간으로 나눠진다.
가야산 19명소 가운데 16곳이 소리길에 있다. 명소마다 고운 최치원의 칠언절구 시가 있어 풍류를 더한다.
‘첩첩바위들 사이 미친 듯 내달려 겹겹 싸인 산들 울리니/ 지척 사이 사람 말소리 구분하기 어려워라/ 시비 다투는 소리 귀 닿을까 늘 두려워/ 흐르는 물로 산을 통째 두르고 말았다고 일러주네.’
◆ 여행 팁
합천의 특산물은 황토한우와 토종 흑돼지다. 합천읍 합천리 새길한우명가(055-931-2793)에선 갈빗살·등심(1만7000원)과 안창살(1만9000원) 등을 싸게 즐길 수 있다. 1인분 150g 기준. 합천영상테마파크에 있는 합천사누키우동(055-931-1019)은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가가와현에서 합천으로 시집 온 후모토 마사요 씨(46)가 반죽해 이틀간 숙성시켜 뽑은 면을 선보이는 곳. 쫄깃한 면발과 국물 맛에다 이곳을 다녀간 유명 배우들의 명성까지 더해져 개업 반 년도 안 돼 명소가 됐다.
해인사 앞에선 지난해 대장경축전에 맞춰 선보인 ‘대장경밥상’이 명물이다. 대장경한정식(1인분 3만원, 2인상 기본)을 주문하니 합천 황토한우로 구운 소고기육전과 칡을 달인 물로 삶은 흑돼지 수육, 자연송이로 끓인 신선로, 산채구절판, 모듬전, 산채절임 등 20여가지 음식이 밥상을 장식한다. 도토리 비빔밥(7000원), 채식나물 밥상(1만5000원)도 있다. 백운식당(055-932-7393)과 해인식당(055-933-1117)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합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