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금융감독원이 후순위채 등 부채성 자기자본을 포함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대신 순자기자본비율을 새로운 감독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BIS비율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본건전성 기준이지만 국내에서만 영업하는 저축은행을 감독하는 잣대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등 기본 자본만을 반영하는 순자기자본비율을 새로운 감독기준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1월 이후 영업정지된 20개 저축은행이 자체 공시한 BIS비율이 하나같이 ‘뻥튀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최근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4곳의 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저축은행이 지난 2월 자체공시한 2011년 12월 말 기준 BIS 비율은 5.12%였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에선 -1.36%로 낮아졌다. 미래저축은행과 한주저축은행도 각각 5.67%, 4.07%라고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16.20%, -37.32%인 것으로 드러났다.

BIS비율을 순자기자본비율로 대체해 감독기준으로 활용하려면 감독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상호저축은행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의 BIS비율을 기준으로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요구·명령)를 취하고 있다. BIS비율이 △3% 이상~5% 미만이면 경영개선권고 △1% 이상~3% 미만 경영개선요구 △1% 미만 경영개선 명령 대상으로 분류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감독규정은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위임을 받아 만들어진 만큼 개정하려면 상당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순자기자본비율은 보완자본을 인정하는 BIS비율보다 통상적으로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새로운 감독기준으로 활용되면 저축은행 업계는 순자기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제도만 탓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아니라 과거 금감원 검사역들이 업계와 유착돼 제대로 된 검사 및 감독을 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였다”며 “철저한 검사와 감독이 전제돼야 순자기자본비율로 기준을 바꾸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부실 우려 저축은행에 파견하는 감독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은 단순히 전산정보를 들여다 보며 돈의 흐름을 감시할 뿐 강력하게 통제할 수 없어 대주주 등의 불법행위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부실이 우려되는 저축은행에도 감독관을 파견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저축은행에 파견된 감독관은 김찬경 회장이 지난 3일 200억원을 인출한 사실을 적발하지 못할 뻔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 회장이 밀항에 성공했다면 금감원은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다행히 김 회장의 운전기사를 추궁해 거액의 인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