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서 방어력이 돋보이던 가치주(株) 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지는 장에서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고배당주 등 가치투자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차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규모 3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운용사 49곳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지난 11일 기준)은 6.26%를 기록했다. 이 중 가치주 스타일 운용사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동부자산운용(4.40%), 신영자산운용(2.67%), 에셋플러스자산운용(0.51%),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0.28%)이 모두 평균 수익률을 밑돌았다. 특히 에셋플러스운용과 한국밸류운용은 49개 운용사 중 각각 48, 49위를 기록해 수익률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들 펀드는 최근 장세를 주도해온 전차(電車)군단 대신 경기 방어적이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비중이 높다.

제로인 측은 "가치주 중심의 운용사들이 연초 이후 국내증시를 이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 수출주들을 충분히 담지 못하면서 시장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가치주 펀드들이 선호하는 한국전력, KT 등의 종목들도 수익률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유럽발(發) 악재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서 아직 가치주까지 매기가 확산되지 못해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전자 독주가 시작되던 지난 2월초 전체 운용사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주식내 비중 13.49%)였다. 그 뒤를 현대차(3.38%)와 LG화학(2.36%), 하이닉스(2.01%), SK이노베이션(1.75%), 기아차(1.86%)가 이었다.

반면 가치투자로 정평이 나 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전력(4.28%), KT(3.91%), 남양유업(2.61%), 에스에프에이(2.53%), 동아타이어(2.46%), 유진테크(2.4%) 순으로 많이 담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2월 코스피지수가 상승할 당시 삼성전자 등 주도주를 담지 못한 여파로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치주는 아무래도 시장 민감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가치주는 하락장에서 방어적 성격이 부각돼 등락이 크지 않다"며 "최근 코스피지수가 5% 이상 급락해 1900선이 위태한 상황에서 가치주 펀드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