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기대하던 중국의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 인하 소식이 전해졌지만 증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가 이미 예상된 사안이고 투자심리가 부진한 수급과 얽혀 부정적인 요인들이 부각, 지준율 인하 효과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가격 메리트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증시 하락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중국 관련주 중에서는 철강주의 상대적인 가격 매력 등이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14일 오후 1시5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3포인트(0.08%) 떨어진 1915.60을 기록 중이다.

중국이 오는 18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지수는 강보합세로 장을 출발한 후 한때 1900.43까지 밀리는 등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중국 긴축 완화 속도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중국 정부가 고속 성장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성장률 둔화가 다소 불가피하더라도 물가 안정을 통한 민생안정, 소득 불균형 해소, 부동산 버블 형성 억제 등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후 본격적인 부양책이 하반기나 돼야 시행될 것이란 전망과 부정적인 경기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다리던 지준율 인하 방안이 나왔지만 시장에선 추가 지준율 하향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 관련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올해 지준율 추가 인하 횟수는 세 번 가량"이라고 말했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의 지준율 추가 인하폭과 횟수는 제한적일 전망이고, 증시에서도 단기 모멘텀 이상으로서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제 지난 2008년 이후 다섯 차례의 지준율 인하 당시 중국과 한국 증시는 지준율 이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수급상 외국인의 자금 유입 기조가 부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기관 역시 '사자' 기조가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수급 공백 상태가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조정 장세가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진단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투자와 관련된 화학, 철강 등 소재업종의 반등이 나타나야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수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정보기술(IT)주에만 국한된 상황"이라며 "기술적으로는 코스피지수 1900 수준에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시점이 됐지만 단기적으로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증시 가격 메리트를 고려하면 1900선에서 추가적인 하락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주말 1.03배까지 떨어졌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PBR은 급락장을 거친 지난해 9월의 1.06배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PBR 1배는 기업들의 이익이 적자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증시의 강한 지지선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중국 투자 관련 소재 업종 중에선 철강주가 단기적으로 메리트가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가격 메리트와 업황 반등 신호 등이 매력 포인트로 꼽혔다.

홍순표 팀장은 "철강, 건설, 기계, 조선, 화학업 등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들 중에서 2008년 이후 중국의 지준율 인하 이후 코스피지수 대비 수익률, 현재 벨류에이션과 이익컨센서스 등을 고려할 때 철강업종이 단기적으로 유망하다"면서 "하반기를 겨냥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 보다 IT,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병연 연구원 역시 "경기 부양책이 강하게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감안한다면 1분기에 시행되지 않아 2분기로 이연될 도시화율과 인프라 확충 등이 속도를 내면서 상대적으로 철강주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철강업황이 공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지만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준율 인하가 투자심리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