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이 차명으로 보유한 의혹을 받고 있는 골프장 대표 소동기 변호사를 14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소 변호사는 김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충남 아산시 ‘아름다운 골프&온천리조트’의 명의상 주인 (주)고월의 대표이사로, 김 회장의 1000억원대 불법 대출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 변호사는 그러나 검찰에서 “나는 바지사장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2008년 6월 중견 건설사 등이 소유한 (주)고월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차명으로 특수목적법인을 내세웠다는 의혹이 있다. 2009년 3월과 2010년 3월 공시된 감사보고서에는 (주)고월이 소동기 대표이사에게서 각각 340억원과 978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무이자로 빌린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 돈은 변호사인 소 대표가 부담하기엔 엄청난 거액인 만큼 김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불법지원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소 변호사를 상대로 불법 대출에 관여했는지 여부와 골프장 대표를 맡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소 변호사는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 매일 새벽 골프연습장을 찾을 정도로 법조계의 소문난 골프광이다. 홍인길 전 청와대총무수석,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변론하면서 정치권과도 가깝게 지냈다. 소 변호사는 1956년생으로 김 회장과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김 회장이 자신의 골프장 운영을 맡길 수 있는 적임자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