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광장. 평상시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이곳에 수만명의 관람객이 바다를 향해 길게 줄지어 섰다. 관람객들은 산마르코성당과 두칼레궁전, 살루테성당 등 명물들 사이로 달리는 첨단 요트 레이스에 환호했다. 이들은 출전한 요트와 크루(선원)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요트 경주인 아메리카스컵은 세계적인 관광도시 베네치아의 관광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베네치아는 아메리카스컵을 ‘수상도시’라는 도시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베네치아는 17일부터 시작하는 아메리카스컵 월드시리즈 본선에 앞서 50만유로(7억5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이벤트 대회인 ‘시티 오브 베니스 리가타’를 개최했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앞바다에서 12일 열린 첫날 경주엔 200여대의 요트와 보트가 모여들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푸른 바다에서 펼쳐진 요트 레이스를 보기 위해 대회구역 주변에 줄지어 선 선박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세 차례의 치열한 레이스가 끝나고 팀베이스로 돌아가는 요트와 크루들을 향해 관람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중해 위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회에 참가한 팀코리아를 향해서도 곳곳에서 “팀코리아! 그레이트!”라는 격려의 환호가 이어졌다.

아메리카스컵의 인기는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이벤트 대회가 끝난 난 뒤 리도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각 팀을 대표하는 크루들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500여명의 시민이 퍼레이드가 이어진 300여m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상식이 끝난 뒤 크루들을 향한 사인 요청 행렬도 길게 이어졌다.

산마르코광장 근처에서 13일 둘째날 경기를 지켜본 로베르토 데 로시는 “중세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에서의 요트 레이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17일 예선을 시작으로 결승전이 열리는 20일까지 관광수요는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주요 호텔의 방은 동났고,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베네치아는 연간 1500만~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지만 이들이 머무는 시간은 하루이틀에 불과하다. 방문객 숫자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단점인데 아메리카스컵 월드시리즈는 이를 보기 좋게 해결했다.


◆ 본대회는 내년 7~9월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카스컵의 사전 대회인 월드시리즈가 이 정도라면 내년 7~9월 본대회가 열릴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어떨까.

아메리카스컵과 그 도전자를 결정할 루이비통컵이 열릴 샌프란시스코 워터프론트는 새 단장에 한창이다. 관람객을 위한 아메리카스컵 빌리지가 건설되고 각 팀과 보트 등이 자리잡을 베이스도 들어서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샌프란시스코시에 따르면 34회 아메리카스컵은 샌프란시스코에 직·간접적으로 14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슈퍼볼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884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샌프란시스코는 개최지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고 로드아일랜드주의 뉴포트 등 다른 도시들을 물리치고 아메리카스컵 개최지로 결정됐다.


베네치아(이탈리아)=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