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 씨(39)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아트코디네이터(공연·전시 관리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공연기획 전문업체 엔비전스에 입사해 ‘어둠 속의 대화’ 상설전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는 기혼 여성이 예술 관련 직종에 취업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서울 종로구의 도움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종로구는 지난해 8월 서씨를 ‘공연예술 일자리 창출을 통한 환경개선사업’의 연수생으로 선발해 11월까지 전문 교육을 시켰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취업도 알선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엔비전스와 협의해 근무 조건도 조정해줬다.

김태훈 씨(31)도 아트코디네이터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종로구의 공연예술 일자리 창출 사업에 지원해 지난달부터 연수를 받고 있다. 군복무를 하던 2002년 우연히 한·일월드컵 전야제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가진 뒤 공연예술의 매력에 반해 이 분야 취업을 준비해 왔다. 그는 “국비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알아봤는데 공연예술과 관련된 건 종로구가 유일했다”며 “막연했던 꿈이 든든한 길잡이를 만났다”고 말했다. 현장 실습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 공연예술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수강생들의 반응이다.

종로구는 지난해부터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공연예술 일자리 창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8명을 교육해 84%인 32명(3월 말 기준)을 취업시켰다.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가 연수생을 모집한 뒤 3개월간 전문교육을 시켰다. 교육 후에는 소극장이나 공연예술 관련 협회 등에 취업을 지원하고 미취업자에 대해서는 취업 때까지 사후관리를 해준다.

올 상반기 연수생은 19명. 오는 7월엔 하반기 교육 대상자를 모집한다. 김영남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 가면 공연 분야 취업 길이 열린다’는 인식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센터가 공연예술 일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종로구는 서울 시내 공연장의 30%가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한류문화 특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화동, 혜화동, 명륜2·4가, 연건동에 이르는 대학로에만 140여개 소극장이 있다. 김 관장은 “지역 특성을 잘 살린 게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산업 관계자가 지역에 많은 점을 감안, 끊임없이 이해관계자를 발굴해 조력자로 끌어들인 것도 성공의 비결이다. 실제로 지난해 구에 있는 서울소극장협회, 서울연극협회 등 공연예술 단체 관계자는 및 극장·극단 대표들을 초청해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교육 조언은 물론 직접 강사로 나서고 취업 조력자 역할도 한다.

공연예술은 지역 내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공연·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관람료만 지불하는 게 아니고 저녁식사 등 부가지출도 많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세종대 일반대학원에서 2010년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종원 씨는 학위논문 ‘문화예술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연구’에서 대학로 공연예술은 2008년 한 해 동안 6144억원의 간접파급효과를 냈다고 산정했다. 이는 직접파급효과 2210억원의 3배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