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타워팰리스' 유진상가의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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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서울 홍제1구역 48층 주상복합으로 개발
서울 아파트 귀했던 시절
고위 공무원 등 '실세 거주촌'
도시정비사업 조건부 통과
인근 홍제천, 친환경 하천 복원
서울 아파트 귀했던 시절
고위 공무원 등 '실세 거주촌'
도시정비사업 조건부 통과
인근 홍제천, 친환경 하천 복원
1970년대 서울 홍은동의 ‘유진맨션’은 2000년대의 ‘타워팰리스’ 같은 존재였다. 서울에 아파트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시절, 이곳은 전용면적 109~221㎡(옛 33~67평)짜리 중대형으로 구성된 주상복합아파트였다. 고(故) 김영관 주월남 대사, 가수 김세레나 씨 등 군장성·외교관·청와대 직원·연예인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당연히 일반인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홍은고가(지난 1월 말 철거) 바로 옆에 지어져 40여년간 유진상가, 인왕시장과 함께 성쇠를 같이해 온 유진맨션이 최첨단 친환경 주상복합단지로 재탄생한다. 유진상가 밑에 흐르는 홍제천도 복원된다.
서울시는 16일 유진상가를 포함한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업무·판매·문화시설 1개동은 홍제천을 따라 신축되고, 그 뒤에는 최고 높이 48층짜리 아파트 3개동으로 구성된 주상복합아파트(693가구·임대주택 52가구 포함)가 들어선다. 가로로 긴 모양의 업무·판매동 옥상은 공원으로 꾸며진다.
재건축되면서 통일로나 세검정길 등 주변 도로도 5~10m 이상 확장된다. 홍지문부터 마포 한강 합류 지점까지 홍제천 8.52㎞ 구간 중 단절됐던 400m 구간(유진상가 인근)이 완전히 복원된다. 홍제천을 따라 폭 18m, 길이 222m의 공공보행통로도 조성된다.
유진맨션은 신성건설이 철근 등 자재를 넉넉하게 사용해 튼튼하게 지었다고 소문이 난 아파트였다.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만 이 단지의 주차장에는 포드20M 등 국내 자동차 초기모델들이 즐비했다.
1971~1978년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원준 오스틴인터내셔널 전무(53)는 “아버지가 가장 큰 평수(67평)를 1700만~1800만원에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 ‘호화 단독주택 거주 단속’에 걸린 권력실세들이 많이 이사왔다”고 회고했다. 서울시내 웬만한 단독주택 값이 500만~700만원이던 때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는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 강남권에 고급 아파트들이 급증했고, 유진맨션 1층의 유진상가로 인해 거주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초기 입주자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진상가 상인들이 대부분 살고 있다. 시세는 전용 89㎡(33평)가 3억1000만원 정도다. 철거를 앞두고 있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진상가(홍은1동)와 바로 옆에 붙은 인왕시장, 원일아파트(이상 홍제3동)가 함께 묶인 홍제1구역은 인근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비해 사업이 순조로운 편이다. 내부순환도로와 통일로가 만나는 지점이라 교통여견이 좋은 데다, 홍제천이 복원되고 상업·업무·주거시설이 조성되면 자족기능을 갖춘 지구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송영준 홍제1구역 조합장은 “앞으로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승인을 받아 이르면 2014년 말부터 이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