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임호영 씨(36)는 최근 여수엑스포(세계박람회)를 찾았다. 엑스포장으로 가기 위해 통과했던 ‘이순신대교’에서 잊지 못할 감동을 경험했다.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현수교의 자태와 광활한 바다 풍광이 어우러져 빚어낸 차창 밖 경관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임씨는 “이순신대교가 개통되면서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돼 매우 편리해졌다”며 “여수엑스포의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이순신대교도 놓쳐서는 안될 여수의 명물”이라고 강조했다. 광양에서 여수로 넘어가면 바로 닿는 섬 묘도는 광양제철소와 광양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엑스포 관람객들이 이순신대교를 배경으로 멋진 추억을 담을 수 있는 ‘포토 존’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여수엑스포의 관문인 이순신대교가 지난 12일 엑스포 개막과 함께 임시 개통됐다. 광양항과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는 웅장한 주경(교량의 핵심 기둥)과 부드러운 곡선의 케이블, 날렵한 모양의 상판이 자연경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개통 초기인데도 전문가들과 현지 방문객들로부터 ‘명품 랜드마크 구조물’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현수교

대림산업은 자체 기술로 주경 길이(1545m)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이순신대교를 건립했다.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1973년 6월)가 준공된 지 40년 만이다. 주경 길이를 1545m로 설계한 것은 이순신 장군 탄신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토목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현수교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등 5개국뿐”이라며 “특히 이번 이순신대교는 모든 분야에서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주경과 지지대인 앵커리지에 케이블을 가설하는 작업은 현수교 시공의 핵심 공정이다. 대부분 작업이 공중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해외 케이블 설치 전문 장비와 기술자가 작업을 도맡는 게 관행이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케이블 가설장비를 개발하지 못해 일본으로부터 빌려서 사용해왔다. 대림산업은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 가설장비를 개발, 200억원가량의 기술 수입 대체효과를 거뒀다. 현재 시공 중인 적금연륙교(전남 여수)와 단등교(전북 군산) 현장에서도 활용할 계획이다.

자체 기술로 시공하다 보니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것도 큰 수확이다. 박사 3명과 구조기술사 4명 등 국내파 기술인력이 현장을 지휘하며 구조 계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연속 강선(와이어) 공급장치, 와이어 탈선 방지장치 등 8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여수~광양 이동시간 10분으로 단축

전라남도가 발주한 이순신대교는 석유화학단지인 광양국가산업단지와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잇는 동맥이다. 왕복 4차로로 총 길이는 2260m다. 여수와 광양의 물동 수송량을 원활하게 하고 물류비를 줄이는 게 주요 목적이다. 게다가 광양만권에 대한 설비 투자여건을 개선하고 서남해안 관광개발 여건을 확충하는 것도 건립 이유다.

이순신대교 건립으로 두 산업단지 간 이동거리는 60㎞에서 10㎞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각각 단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순신대교 건설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생산유발 1조8734억원, 부가가치유발 3494억원, 고용창출 총 2만6192명에 이르는 것으로 각각 분석했다.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자동차 2500여대가 여수엑스포 개장 4일째인 지난 15일까지 이순신대교를 통과해 엑스포 이용 차량(7700여대)의 33%에 달했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도 “공사 중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지만 앞으로 여수와 광양의 물류는 물론 지역 간 교류 활성화에도 적잖이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오션인 해외 특수교량 시장 공략

세계적으로 초장대 교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상 특수교량 건설 회사들은 주경 길이를 늘릴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육지의 협곡이나 물동량이 많은 해상교량에서 현수교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주경 길이가 길어지면 바람과 같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수교를 활용한 장대교량 기술은 해상 특수교량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이순신대교는 일본 중국 독일 스위스 등 해외 건설업체 관계자 1만5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토목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국책사업단인 초장대교량사업단은 해상 특수교량 시장을 우리 건설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평가, 2011년 이후 10년간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5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에서 쌓은 원천기술을 토대로 터키 노르웨이 등 해외 해상 특수교량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