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기금은 코스피지수 1900선 붕괴를 전후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상당수 주식이 기업 가치 대비 싼 가격에 거래되자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54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0일 이후 닷새 연속 순매수다. 최근 증권사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투자전략 세미나 요청이 부쩍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잠잠하던 연기금이 주식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매매 패턴을 감안할 때 연기금이 주식 매수에 나설 타이밍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2005년 이후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 주가수익비율(PER) 8배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을 샀다”며 “최근 코스피지수 급락으로 PER이 8배 초반까지 떨어진 만큼 연기금이 시장의 주 매수 세력으로 나설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자금 집행에 나설 경우 주식시장의 급락세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올 연말 주식 보유 비중 목표치가 전체 자산 대비 19.3%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식 매수 여력은 대략 13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주가 급락을 이용,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장기 보유를 계획하는 투자자들은 연기금의 매수 종목을 참조하는 것도 괜찮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최근 닷새간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포스코 제일모직 LG전자 삼성화재 LG 현대차 KT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호남석유 SK이노베이션 LG화학 금호석유 에쓰오일 등 정유·화학주는 대거 처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