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스컵요트 월드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아르세날레 지역. 아메리카스컵 빌리지가 있는 이 지역엔 대회 출전 요트 9척이 정박해 있다. 요트 팬들의 카메라 세례 사이로 곳곳에 붙은 글로벌 브랜드 로고가 보인다. 오라클, 푸마, 태그호이어, 에미레이트항공, 오메가, 프라다…. 아메리카스컵 조직위원회를 후원하는 루이비통, 푸마 등 후원사들은 홍보 부스를 만들어 장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후원 경쟁

아메리카스컵은 단순한 요트 경기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의 총성 없는 스포츠마케팅 전쟁터다. 루이비통은 1983년부터 아메리카스컵 조직위를 후원하며 ‘아메리카스컵=루이비통’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최근엔 아메리카스컵 공식 시계업체로도 나섰다.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타임 보트에 자사의 로고를 새겨놓아 경기 기록을 확인할 때마다 루이비통을 보게 한 것.

크리스틴 벨랑제 루이비통 기업이벤트 이사는 “아메리카스컵은 루이비통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라며 “조직위와 함께 루이비통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의류업체로 용품을 후원하는 푸마도 눈길을 끈다.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조직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푸마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옷과 모자,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다.

○5차례 도전으로 유명해진 립톤

아메리카스컵에 출전하는 요트를 만들기 위해선 1척에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형 스폰서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가장 먼저 나선 스폰서는 아이스티 등으로 유명한 립톤. 스코틀랜드의 차 사업가 토마스 립톤은 1899~1927년 영국팀 후원자로 나섰다. 그의 5회에 걸친 도전은 미국팀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릎을 꿇었지만 립톤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렸고, 이는 마케팅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금은 오라클팀USA의 메인 후원사인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이 최대 스폰서다. 오라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래리 엘리슨은 요트 광팬. 지난 대회 아메리카스컵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져온 엘리슨은 내년 대회를 위해 3년간 1억달러(1163억원)를 쏟아부었다. 그는 엘리슨 오라클팀USA의 회장으로서 자신의 슈퍼요트를 베네치아 해안 가장 좋은 자리에 정박시켜 놓고 아메리카스컵을 즐기며, 주요 경기마다 오라클팀의 요트 뒤편 게스트석에 앉아 레이스를 즐기고 있다.

오라클팀USA에는 오라클 외에도 푸마와 태그호이어 등이 300만달러씩을 후원하고 있다. 이 덕분에 한 대회에 두 척의 요트를 출전시키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까지

다른 팀들도 메인 스폰서들의 지원에 힘입어 본선을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스웨덴의 아르테미스레이싱은 자국 보험업체인 아르테미스 인슈어런스로부터 8000만달러(930억원), 프랑스의 에너지팀은 스위스 시계업체인 코럼으로부터 500만유로(74억원)를 후원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루나로사는 지난해 자국 명품 패션업체 프라다로부터 4000만유로(593억원)를 후원받기로 한 뒤 올해부터 두 척을 들고 나왔다.

아메리카스컵의 영웅 러셀 쿠츠를 앞세워 1995년과 2000년 두 차례 우승한 팀뉴질랜드는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3600만뉴질랜드달러(321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홍보효과를 노린 에미레이트항공(3600만뉴질랜드달러, 321억원), 명품 시계업체 오메가와 세일링용품업체 캠퍼(각 1800만뉴질랜드달러, 160억원)의 후원도 받고 있다. 커피업체 네스프레소와 보드카업체 SKYY의 지원까지 더해졌다.

○첫 출전 한국팀은 아직 못 구해

한국에서 아메리카스컵에 최초로 출전한 팀코리아는 아직까지 정부나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동영 팀코리아 대표는 “내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하려면 72피트급 요트(AC72)의 건조를 늦어도 올 7월엔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 서부 시장을 노리는 우리 기업들과 우리 시장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