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몽블랑 볼펜을 선물로 받았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기가 찰 노릇이지만, 필자를 정말로 놀라게 만든 것은 몽블랑 볼펜에서도 똥이 나오더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똥을 싸대도 몽블랑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식지 않는다. 강력한 브랜드가 갖는 파괴력이란 이런 것인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려보자. 조바심이 짜증으로, 짜증이 분노로, 출시를 기다리던 마음이 자포자기의 경지에 이를 때쯤 드디어 판매가 시작됐다. 소비자들의 기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애플의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이게 웬일. 일본에서는 소비자들이 노숙까지 해가면서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는가. 국내의 극성 팬들도 길거리에서 밤을 새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거의 종교적 열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몽블랑이나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과 집착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제품의 우수한 품질 때문일까. 그보다는 차라리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얻어지는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과 일치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확실히 제품의 본질만큼이나 그것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기업 내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리더들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과업 자체의 난이도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그러니 관련 당사자들의 지원과 협력이 일을 성사시키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브랜드가 고객의 충성심을 이끌어내 시장을 지배하듯이, 회사 안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도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을 때에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젠 프로젝트 추진 리더들도 기업들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활용,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명확히 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함으로써 프로젝트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애플’하면 ‘혁신’, ‘볼보’하면 ‘안전’, ‘월마트’하면 ‘저렴한 값’을 떠올리는 것처럼 좋은 브랜드는 분명한 이미지가 있다. 브랜드 관리에서 회사가 지향하는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회사 내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프로젝트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젝트 이미지란 이 프로젝트가 왜 중요한지, 왜 지금 추진돼야 하는지, 잘 마무리되고 나면 회사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를 누구나 알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와 만나는 다양한 접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접점이란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지점으로, 제품과 광고뿐만 아니라 매장이나 판매원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소비자들에게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이 모든 접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약속한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누구와, 얼마나 자주, 어떻게, 누가 소통할 것인지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수립해서 이메일, 인트라넷, 회의 등 사내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더불어 프로젝트 리더는 프로젝트 추진 과정 내내 이해관계자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예상 성과와 기대 수준이 다른 경우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아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리해보자. 프로젝트 본연의 중요성만큼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가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 리더들은 기업들의 브랜드 구축 과정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관련된 당사자들의 폭넓은 지원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젝트는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프로젝트 리더의 커리어 향상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덤일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