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기꾼이 귀족에게 “돈을 많이 주면 당나귀에게 말을 가르치겠다”고 제안했다. 당나귀에게 말을 가르치는 데는 30년 정도가 걸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의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기꾼이나 귀족, 당나귀는 죽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30년 후면 당나귀가 말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우리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던 원자재값 급등현상의 그림자가 다시 한 번 다가오고 있다.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다 30달러 선까지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지속,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리 역시 2011년 2월 t당 1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원자재 중 농산물 부문에서는 대두 값이 뉴욕 원자재시장에서 부셸당 15달러 선에 접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다가오는 애그플레이션의 공포

문제는 여전히 유로존 재정위기를 비롯해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원자재값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은 또 한 차례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원자재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90%에 이르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향후 원자재시장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원자재값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상이한 전망들이 때론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예측은 공인된 방법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화된 분석도구나 합의된 기준, 가이드라인이 없다. 누가 당나귀에게 말을 가르치겠다는 사람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망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망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미래에 대해 아주 간단한 것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원자재시장에 대한 전망은 금융상품 등 다른 시장보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소위 ‘중국 요인(China factor)’과 원자재의 금융상품화 등 21세기 들어 원자재시장의 본질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크게 두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원자재 공급시장의 독과점이다. 흔히 경제학에서 시장 가격은 시장정보의 ‘총체적인 운송수단(comprehensive carrier)’이라고 한다. 시장의 모든 정보는 그 가격에 전부 투영돼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시장 수급동향이나 기업 실적과 같은 ‘효율적 정보’와 기타 전쟁, 루머 같은 ‘시장교란정보’로 나뉜다. 원자재가격 전망이 어려운 것은 시장교란정보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원자재시장에서 수요자는 다수지만 공급자는 소수인 경우가 많다. 세계 원유 공급의 40~50%를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이 독점하고 있고, 희소금속의 90%는 중국, 철광석 공급의 80%를 호주 브라질 인도가 각각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가격 전략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21세기 들어 원자재가 대체투자재로 떠오르면서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로 예측 어려워져

더 중요한 요인은 원자재시장의 시세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우리가 2~3년 뒤의 스마트폰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 먼 미래라고 느낄 정도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와 반대로 호주 광산업의 2~3년 뒤를 전망한다는 것은 너무 짧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탐사-개발-운송에 이르는 기간이 최소 5~10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중국이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면서 세계의 ‘원자재 블랙홀’이 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몰입하면서 제조업의 기초가 되는 원자재 개발에 소홀했다. 그 결과 원자재값이 수년간 급등했다. 소위 ‘구(舊)경제의 복수’가 원자재 전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원자재시장의 전망을 어렵게 하는 또 한 가지 요인은 전망이 기본적으로 ‘미래대비예측’과 ‘미래영향예측’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일기예보나 태풍 경고 등은 미래대비 예측의 한 예다. 그러나 인간이 지배력을 갖고 있는 원자재시장 등 사회현상에 대한 예측은 미래의 결과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영향예측은 미래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원자재시장에 대한 장기 예측은 다른 시장과 달리 이런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원자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부존량이 제한적이어서 공급이 점차 감소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월부터 불법 채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주석, 마그네사이트에 대한 자원세를 최고 20배 인상했다. 최근에는 희토류 수출금지 위협으로 값이 급등했다. 인도네시아는 5월부터 석탄, 구리 등 광물에 대한 수출세를 25%를 부과했다. 내년에는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외국기업의 광구 지분율도 49%로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호주는 7월부터 자국 내에서 석탄이나 철광석을 개발할 경우 석탄에는 자원세 30%, 철광석과 천연가스에는 40%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자원민족주의, 또는 자원 무기화 사례들이다. 자원민족주의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자재 시장은 공급잉여에서 공급부족으로의 전환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자원민족주의 경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원자재 전환기에 대비해야

각국의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원자재시장 대응 시나리오, 즉 미래영향예측에 따라 향후 원자재시장은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미래영향예측은 대략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기대응 시나리오와 청사진이 그것이다. 방관시나리오는 향후 원자재값 급등, 변동성 심화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확보와 전략적 구매를 통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04년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 지금은 상시경보통제시스템(WACS)으로의 개선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코리아PDS 등 한국의 원자재 전문 연구기관들도 정확한 원자재값 전망 및 전략적 구매 시스템 구축을 통해 위험관리에 나섰다.

이런 노력들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된다는 가정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어 예측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

향후 원자재 수급 구조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미래 원자재 시장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재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화석연료가 부족했던 프랑스는 전체 발전용량의 80%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원자력 대국이 됐다. 덴마크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벌어진 에너지 독립운동 결과 풍력에너지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육성 정책을 추진한 브라질은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겸용 자동차 대국이며, 유럽은 가솔린이 아닌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디젤 중시정책을 지난 십수년간 지속하면서 디젤 자동차가 크게 발전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개인이나 조직은 신속하고 우아하게 위험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일어나게 될 원자재 전환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업은 대규모 자본 및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원자재 전환에는 그 인프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바꾸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의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기업과 국가, 개인들이 명확한 비전과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원자재 전환 성숙기가 되면 그동안 적극적으로 노력한 국가와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리더가 될 것이다.




문용주 <코리아PDS 이사>

▲연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