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안모씨(19)는 졸업을 6개월 앞두고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졸업을 하면 정식 채용되는 조건이었다. 안씨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잔업까지 해가며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했지만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쳤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들로부터 괴롭힘도 당했다. 결국 안씨는 넉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취업을 전제로 현장실습에 참여한 특성화고 3학년생 5만4484명 가운데 지난 4월 현재 5491명(9.9%)이 취업을 포기했다. 한 서울시내 특성화고 교사는 “(직장에서) 돌아온 학생들은 대부분 회사의 고된 노동이나 다른 직원들의 폭력·욕설을 참지 못한 경우”라며 “일부 중소기업들은 고졸자들을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는 저임금 근로자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회사 안팎의 차가운 시선도 고졸자들이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작년 서비스 직종에 취업했다 그만두고 올해 대학에 들어간 이모씨(19)는 “대졸 출신과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은 70% 정도만 받았다”며 “대화에서도 늘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新) 고졸 시대’를 열기 위해선 고졸자를 저임금 근로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정부와 기업이 고졸자를 미래의 우수 기능인재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초·중·고교에서의 충분한 진로교육,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정상화, 취업 후 대학 진학, 평생학습을 통한 자기계발 기회 제공 등이 포함된다. 일터에서 고졸자가 능력에 따라 대졸자와 동등한 임금 및 승진 기회를 갖도록 보수·인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최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전문연구원은 “기업들은 대졸자와 고졸자의 인사고과를 따로 관리하는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며 “고졸자들도 단순근로직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기능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