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9일 오후 3시57분 보도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면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이 또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하락장에서 공모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인수금융을 동반하는 조(兆)단위 M&A도 불안한 금융시장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상장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계획은 오는 7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연내 상장하는 것이었다. 과거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한 미래에셋생명은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고려해, 낮은 공모가를 받느니 차라리 상장일정을 미루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가치산정 비교 대상이 될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주가는 공모가 회복을 눈앞에 두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산은금융지주 현대오일뱅크 포스코특수강 CJ헬로비전 LG실트론 등 올해 대어급 IPO 예정 기업들도 주식시장 하락이 지속되면 상장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산은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증시 급락이 산은금융지주 IPO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웅진패스원도 최근 그동안 추진해왔던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8월 웅진씽크빅과 합병키로 결정했다. IPO 대신 이미 상장된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선회한 것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상장 교육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해 웅진패스원의 기대 공모가 수준을 맞추기 힘들게 됐다”고 상장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웅진패스원과 같은 교육업종인 메가스터디 주가는 52주 신저가까지 밀린 상황이다.

국내외 M&A 시장도 유럽발 충격파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푸르덴셜그룹은 18일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ING그룹 아시아·태평양(아·태) 사업부 인수건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푸르덴셜은 그동안 AIA그룹, 메트라이프와 함께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다. 국내 1, 2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잇따라 인수전을 포기했다. 인수 자문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대규모 인수 금융이 필요한 M&A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ING그룹 아·태 사업부의 예상 매각가격은 8조원 안팎으로 올해 아시아 지역 최대 ‘핫딜’이다. 하지만 푸르덴셜과 국내 보험사들이 발을 빼면서 매각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웅진코웨이 하이마트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시장의 대형 M&A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다음달 본입찰이 예정된 웅진코웨이와 하이마트는 각각 인수 능력과 의지를 갖춘 예비후보군(쇼트리스트)까지 확정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경우 인수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

웅진코웨이와 하이마트의 예상 매각가격은 각각 1조3000억원,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자금 동원 능력을 갖춘 대기업들도 절반 안팎의 인수자금을 회사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하수정/좌동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