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해외사업 총괄' 양인집 日진로 사장 "콧대높은 日 맥주시장 PB로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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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일본매출 30% 늘려
“일본 사람이 한국 맥주를 마시겠냐, 쪼그라드는 시장에 투자해 뭐하냐, 이런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시장을 뚫다 보니 길이 열렸습니다.”
일본 오사카 국제회의장에서 최근 만난 양인집 진로(하이트진로 일본법인) 사장(55·사진)은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주류시장은 장기 경제불황의 여파로 양 사장이 취임한 2007년 이후 작년까지 6% 이상 줄었지만, 진로는 184억엔에서 235억엔으로 매출을 30%가량 늘렸다. 일본 10대 주류회사 중 외국계는 진로(9위)가 유일하다.
진로는 일본에서 소주로 유명하지만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외로 맥주다. 지난 4년간 판매량을 60%나 늘렸을 만큼 성장세도 가파르다. 아사히, 산토리, 기린 등 막강한 일본 경쟁사들 사이에서 이룬 성과다. 양 사장은 “맥주사업을 제대로 해 보려 했을 때 한국 본사에서도 ‘아사히 마시던 사람이 한국 맥주를 먹겠느냐’는 반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맥주시장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이 주목한 것은 대형마트의 자체상표(PB)시장.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품질로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경기불황으로 일본사람들이 값싼 술을 많이 찾는 것도 PB시장을 노린 이유다. 그는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일본 바이어들도 그들이 요구하는 맛을 진로가 그대로 만들어내자 고개를 끄덕였다”며 “깐깐한 시장을 한번 뚫고 나니 이젠 주문이 저절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는 없던 시장을 진로가 만든 사례다. 2009년 막걸리 출시를 준비하던 양 사장은 전국 200여개 주류 도매상을 자비로 도쿄 본사에 초청했다. 그는 도매상들에게 “매년 줄어드는 주류시장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같이 살려면 신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며 “가격도 싸고 건강에도 좋은 막걸리가 제격”이라고 설득했다. 그 전까지 막걸리는 한국 식당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만 팔리던 정도였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도매상들은 적극 나서 막걸리 홍보에 열을 올렸다. 결국 일본 막걸리 시장은 2010년과 지난해 각각 2배 이상 성장했고, 진로는 2년 만에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로 시장은 위축돼 있고, 산토리와 손잡은 국내 라이벌(롯데주류)의 추격도 부담이다. 하지만 양 사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 사장은 지난 주말 국내 하이트진로의 해외사업 총괄사장 겸직 발령을 받았다. 그는 “일본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킨 노하우는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진로를 한국 본사의 수출기지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사카=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일본 오사카 국제회의장에서 최근 만난 양인집 진로(하이트진로 일본법인) 사장(55·사진)은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주류시장은 장기 경제불황의 여파로 양 사장이 취임한 2007년 이후 작년까지 6% 이상 줄었지만, 진로는 184억엔에서 235억엔으로 매출을 30%가량 늘렸다. 일본 10대 주류회사 중 외국계는 진로(9위)가 유일하다.
진로는 일본에서 소주로 유명하지만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외로 맥주다. 지난 4년간 판매량을 60%나 늘렸을 만큼 성장세도 가파르다. 아사히, 산토리, 기린 등 막강한 일본 경쟁사들 사이에서 이룬 성과다. 양 사장은 “맥주사업을 제대로 해 보려 했을 때 한국 본사에서도 ‘아사히 마시던 사람이 한국 맥주를 먹겠느냐’는 반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맥주시장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이 주목한 것은 대형마트의 자체상표(PB)시장.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품질로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경기불황으로 일본사람들이 값싼 술을 많이 찾는 것도 PB시장을 노린 이유다. 그는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일본 바이어들도 그들이 요구하는 맛을 진로가 그대로 만들어내자 고개를 끄덕였다”며 “깐깐한 시장을 한번 뚫고 나니 이젠 주문이 저절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는 없던 시장을 진로가 만든 사례다. 2009년 막걸리 출시를 준비하던 양 사장은 전국 200여개 주류 도매상을 자비로 도쿄 본사에 초청했다. 그는 도매상들에게 “매년 줄어드는 주류시장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같이 살려면 신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며 “가격도 싸고 건강에도 좋은 막걸리가 제격”이라고 설득했다. 그 전까지 막걸리는 한국 식당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만 팔리던 정도였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도매상들은 적극 나서 막걸리 홍보에 열을 올렸다. 결국 일본 막걸리 시장은 2010년과 지난해 각각 2배 이상 성장했고, 진로는 2년 만에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로 시장은 위축돼 있고, 산토리와 손잡은 국내 라이벌(롯데주류)의 추격도 부담이다. 하지만 양 사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 사장은 지난 주말 국내 하이트진로의 해외사업 총괄사장 겸직 발령을 받았다. 그는 “일본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킨 노하우는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진로를 한국 본사의 수출기지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사카=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