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 ‘개’라니요.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정말 기가 막힙니다. 금융위원회의 명예를 완전히 짓뭉개는 말 아닙니까.” (금융위원회 과장)

지난 18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 입주해 있는 금융위가 발칵 뒤집혔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기자실에 불쑥 나타나 배포한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보도자료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 금감원 노조 등 10개 금융 관련 노조 위원장들이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제정안에 대해 취소청구 및 집행정지 신청 소송을 접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금융위를 경악하게 만든 내용은 보도자료의 두 번째 문장이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는 (중간 생략) MB정권의 재창출을 위한 정치선동개가 되어 금융회사 노동자를 마녀사냥하고, 자신의 권한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 건물에서 근무하는 상급기관을 ‘개’에 비유한 보도자료 내용은 금융위에도 전해졌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곧바로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기자실에 비치됐던 자료는 점심 시간에 누군가에 의해 수거됐다.

금감원 노조가 인트라넷에 올린 보도자료에는 ‘정치선동개’라는 표현이 ‘정치선동대’로 수정됐다. 수정한 이유는 “오타가 난 것”이라고 둘러댔다.

컴퓨터 자판을 보면 ‘ㄱ’은 ‘ㄷ’의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금감원 노조의 설명대로 오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를 상대로 낸 성명서의 표현 강도나 해당 자료의 문맥, 그리고 ‘정치선동개’라는 표현이 다른 글자와 달리 굵은 글씨체로 인쇄된 점을 감안하면 ‘오타였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아 수습하려 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노조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금소법’ 제정안이 논의될 당시엔 금감원 건물 로비에 ‘금융위를 박살내자’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관료들의 권한 확대 시도로 보고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속되는 막말로는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류시훈 금융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