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영업정지된 한국저축은행의 윤현수 회장(59·사진)이 지난해 하반기 전세기를 동원해 저축은행 관계자 수십명을 태우고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현에 간 사실을 검찰이 포착, 수사에 나선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아오모리는 윤 회장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차명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스키·리조트 복합시설인 ‘나쿠아 시라가미 리조트’가 있는 곳이다. 검찰은 윤 회장과 전세기에 동승한 일행 중 저축은행 외부의 정·관계 인사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이 윤 회장의 퇴출저지 로비활동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모 항공사에서 전세기를 빌려 아오모리에 간 정황을 포착했다”며 “한국저축은행 관계자 외에 저축은행 업무와 관련있는 외부 인사들도 탑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행 중 단순 투자자뿐 아니라 정계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일 다녀온 일정은 아니었고, 일행은 윤 회장 소유의 나쿠아 시라가미 리조트에 함께 간 것으로 안다”며 “올해 초로 예상됐던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윤 회장이 이때부터 ‘구명 로비’를 했는지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도 전세기까지 동원한 윤 회장의 이런 행보를 파악하고 정ㆍ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도 “지난해 윤 회장이 아오모리를 방문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나쿠아 시라가미의 홍보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회장이 이 리조트 회장으로 있다”며 “그가 언제 이곳에 왔는지는 회사 규정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윤 회장이 전세기까지 동원해 로비활동을 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횡령 및 불법대출 규명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 쪽으로 급선회할 전망이다. 윤 회장은 폭넓은 인맥을 자랑해온 금융계 ‘마당발’로도 소문나있다.

청와대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이 김모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부탁에 따라 그의 형에게 10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겨줬다는 의혹과 관련, 김 선임행정관을 21일 대기발령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선임행정관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억울하다’고 하면서 의혹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무원 행동강령상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기발령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선임행정관은 2010년 말 법정관리 중이던 경기 용인시 S병원을 매입한 김 회장에게 이 병원을 자신의 형에게 되돌려주게 함으로써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선임행정관은 “형이 미래저축은행과 거래한 것은 내가 청와대에 근무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며, 저축은행 퇴출과 관련해 청탁·로비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미래저축은행에 형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 차병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