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14일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취임해 사업을 직접 챙긴 지 23일로 100일을 맞는다.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에 편입되면서 이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 포트폴리오 등도 새롭게 바뀌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본격 인수 전부터 SK하이닉스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미래 비전을 설계해왔다”며 “이를 통해 생존형에서 성장형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채권단 공동관리를 벗어난 이후에도 주식관리협의회의 잔여 지분매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책임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경영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을 모두 5차례에 걸쳐 둘러봤다. 중국 우시공장도 18일 방문을 포함, 올 들어 두 차례 찾았다.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SK그룹 편입을 전후해 무디스와 S&P, 피치 등 세계적인 3대 신용평가기관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올렸다. 신주발행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로 재무 안정성을 강화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업구조 변화도 진행형이다. SK하이닉스는 PC에서 모바일 기반으로의 변화에 맞춰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CIS(CMOS 이미지 센서) 등 모바일 솔루션 사업 비중을 현재의 40%에서 2016년엔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전체 투자규모인 4조2000억원 중 절반 이상은 낸드플래시에 투입한다. 낸드플래시 투자 비중이 D램을 웃돌고, 투자액이 2조원 이상으로 책정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노사 공동 실천 선언으로 결속력을 강화하고 SK그룹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높여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노사 공동 실천 선언식을 갖고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 노사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기본급을 물가인상 수준에 맞춰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