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고객(VVIP)을 위한 연회비 300만원짜리 신용카드 출시가 사실상 좌초됐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카드와 제휴해 발급 예정이었던 ‘블랙 센터리온(Black Centurion)’ 카드를 당분간 내놓지 않기로 했다. 블랙 센터리온은 아멕스 카드가 보유한 프리미엄 카드 가운데서도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이다. 항공권 업그레이드는 물론 해외 컨시어지(개인비서)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연회비는 300만원이다. 현재 나와 있는 국내 VVIP 카드의 연회비는 200만원이 최고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아멕스카드와 손잡을 때만 해도 가급적 서둘러 출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5월이 지나도록 금융감독원에 카드 발급 승인 신청조차 내지 않았다. 과도한 혜택을 이유로 금감원이 카드 승인을 해주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금감원은 VVIP 카드의 경우 적자가 날 가능성이 커서 일반 회원이나 카드대출 사용자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며 VVIP 카드 승인을 미루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VVIP 카드는 업계가 출혈 경쟁에 빠질 우려도 있어 수익대비 부가서비스 수준이 적정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삼성 같은 국내 굴지 대기업의 계열 금융사가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도 올해 1월 발급 신청한 ‘슈퍼프리미엄 아멕스 카드’를 아직까지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카드 역시 연회비가 300만원으로 미국 그래미상과 오스카상 시상식까지 참석할 수 있는 혜택을 자랑한다. KB국민카드는 슈퍼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VVIP 시장의 열세를 단숨에 극복하려 했지만 출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금감원의 승인이 없으면 발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대응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VVIP 카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카드는 삼성과 KB국민카드 등 경쟁 업체의 움직임에 현재 200만원인 연회비를 300만원으로 늘리고 회원 초청 문화행사 및 공항 의전 서비스 등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보류하기로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