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첫 손님 받은 일본, 우주기술 상업화 '가속'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3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지난 18일 새벽 7시,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 부근의 미나미다네초 마을. 2층 건물조차 찾기 힘든 섬마을이지만 거리마다 ‘축 발사 성공’이란 한글 문구가 쓰여진 노란색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어젯밤까지 ‘성공을 기원합니다’란 문구로 응원했던 마을 주민들이 새벽에 곳곳의 플래카드를 바꿔 달며 한국의 위성 발사 성공까지 축하했다.

아리랑3호 한국 발사단을 환대하는 일본 현지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 17~19일 다네가시마섬 식당에는 한글 메뉴판이 처음으로 생겨났다. 일본이 한국 발사단을 극진하게 맞은 속내는 한국이 일본 로켓을 사용해 위성을 쏜 첫 해외 손님이기 때문이다. 로켓을 담당한 오미야 히데아키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은 발사 성공 후 가진 브리핑에서 “해외 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올린 이번 발사는 일본이 우주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큰 벽을 넘어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로켓 기술 날개 달다

일본은 아리랑3호 발사 성공으로 숙원 과제였던 위성 위탁발사 시장에 참여하게 됐다. 일본은 1969년 미국 기술을 도입해 로켓 개발을 시작했고 1994년에는 100% ‘기술독립’에도 성공했다. 아리랑3호를 쏘아올린 미쓰비시의 로켓(H2A)은 2001년 이후 21번 발사해 단 한 차례만 실패했다.

자국의 위성만을 쏘았다는 게 약점이었지만 아리랑3호를 계기로 ‘국내용’이란 딱지도 걷어내게 됐다. 무엇보다 한 해 위성 2~3기를 쏘는 자국 수요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웠던 로켓 사업의 수익성을 해외 위성 수주로 보완할 수 있게 된 게 큰 의미다. 주니치 호리카와 미쓰비시 발사수송서비스 과장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현재 10여개국과 진행하는 위성 위탁 발사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조하는 일본 정부와 기업

일본의 우주기술 발전에서 주목할 대목은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인 미쓰비시의 협력이다. 미쓰비시의 우주사업 매출은 연 400억~500억엔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발사 위성 수가 적은 해엔 적자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런 여건에서도 로켓사업에 지속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의 각종 세제 지원과 기술입국에 대한 민·관의 확고한 공조 때문이다. 오미야 사장은 “우주사업의 수익률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다”며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관점에서 세계에 높은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도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로켓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일본보다 기술독립 측면에서 30년 가까이 늦은 시도지만 이마저도 사업에 참여할 민간기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피상적으로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직접 느낀 일본의 로켓 기술력은 더 대단했다”며 “원하는 우주 공간에 다양한 우리 위성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더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네가시마=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