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사진오른쪽)이 22일 현금 한푼 없이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앤 부베로 회장을 비롯해 각계 각층 VIP들을 이곳으로 초청해 휴대폰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전자화폐 서비스 '주머니'를 통해 기념품을 직접 구입해줬다.

KT가 신한은행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주머니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선보인 결제방식이다. 지금까지의 모바일 결제가 주로 신용카드를 모바일화 시키는 것이었다면 주머니는 네트워크형 전자화폐 서비스다.

휴대폰에 주머니 앱을 다운로드 받은 뒤 사용자의 통장에 있는 돈을 이곳으로 보내 하루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를 가지고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을 방문해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른 뒤 해당 점포의 고유번호로 문자를 보내 듯 돈을 송금하면 된다.

전화번호 외에 상대방의 은행계좌 및 다른 어떤 정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정 통신사에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KT가 주머니 서비스를 도입한 취지는 재래시장 활성화에 있다. 그동안 재래시장은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와 결제 단말 운영에 대한 부담 등으로 현금결제만을 주로 해 왔다. 때문에 젊은 소비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변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었다.

이 회장은 "재래시장 가맹점은 주머니 서비스를 통해 결제 수단을 다양화해 고객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며 "기존 신용결제 수단에 비해 낮은 수수료로 운영 부담을 최소화하고 결제 후 현금 정산도 손쉬워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주머니를 통해 우선 재래시장 결제 수수료를 대폭 낮출 계획이다. 양현미 KT 통합고객전략본부장(전무)는 "카드 결제와 같이 중간 벤더사나 프로세싱 업체를 필요로 하지 않고 KT와 신한은행이 직접 운영해 결제수수료를 운용비 수준으로만 책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용카드의 평균 수수료가 2.5%인점을 감안해 이보다 1% 포인트 가량 낮은 1.5% 정도로 매긴다는 계획이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일부 영세상인들에게는 결제 수수료를 아예 무료로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주머니로 결제 시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속해 연말 신용카드공제액보다 10%포인트 높은 30% 수준의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KT는 또 재래시장 상인들이 인터넷망을 깔고 비싼 결제기를 들여와야 하는 인프라 구축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다. 남대문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신용카드 결제기가 없는 곳에서도 스마트폰을 근거리무선통신(NFC) 스티커에 갖다 대거나 QR코드 또는 가맹점 번호를 이용해 결제하면 된다. 상점 주인도 별도의 결제단말기가 필요 없이 휴대전화, 패드 등을 통해 결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이 회장과 함께 남대문 시장에서 주머니 서비스를 체험한 부베로 회장은 "스마트폰을 통한 다양한 컨버전스 비즈니스 모델들이 부각되고 있다" 며 "KT가 고객을 중심으로 통신금융 컨버전스의 새 서비스를 출시한 것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남대문 시장 외에 또 다른 재래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온라인 몰에서도 주머니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재래시장에서 서비스가 안착된 뒤에는 대형마트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어 아시아ㆍ아프리카의 저개발ㆍ개발도상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머니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주머니 앱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스토어(구 안드로이드 마켓)와 올레마켓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올레닷컴(zoomoney.olleh.com) 에서 확인하면 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