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차 확산ㆍ대중교통 이용확대ㆍ경제운전 유도
석유의존적 산업구조 바꾸고 공공분야는 절감노력 선도

정부가 23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고유가 대응을 위한 석유소비 절감대책'을 발표한 것은 국내 에너지 소비 관행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하는데도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석유 소비가 계속 증가해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는 석유 소비 행태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꾸고 경제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고효율차량의 생산ㆍ판매ㆍ보급을 확대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며 친환경ㆍ경제운전을 확산시키기로 한 것이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고 산업용 원료ㆍ연료사용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타 연료로 대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 고유가 시대에 석유소비 증가는 경제에 `적신호'
국내외 유가는 요즘 조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 기준의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 경제 여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 변수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국제유가 하락세 덕분에 일시적으로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으나 리터당 2천원을 웃돌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1분기 휘발유ㆍ경유 소비량이 3.1%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각각 2.6%, 2.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석유소비 증가는 우리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석유 수입의존도가 100%인데다 1차 에너지 중 석유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원유수입액은 2010년 1분기 156억달러, 2011년 1분기 226억달러, 2012년 1분기 269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수송 분야의 에너지효율성에도 문제가 많다.

에너지효율이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떨어지고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2000∼2009년 10년 동안 연평균 에너지 증가율은 한국이 0.84%로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본 -1.61%, 독일 -1.16%, 프랑스 -0.97%, 미국 -1.22% 등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석유소비 증가세가 지속한다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소비 행태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꾸고 경제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는 방안을 이번에 제시했다.

◇ 대중교통 활성화하고 노후 화물차는 교체 지원
정부는 고효율차량의 생산ㆍ판매ㆍ보급을 확대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2015년까지 국가석유소비 비중을 33%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평균연비ㆍ온실가스 분야는 2025년까지 EU 수준으로 개선한다.

이를 위해 고효율 자동차의 개발ㆍ판매 촉진을 유도하기로 했다.

연료 사용량이 많은 화물차량 등 중대형 상용 차량의 연비를 규제하는 제도도 만든다.

소상공인 노후화물차, 지입차주 노후화물차 등을 신차로 바꾸도록 금융지원을 해주고 차령 7년 이상의 경유차는 조기에 폐차하도록 유도한다.

하이브리드차, 소형차, 전기차 등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올해 끝나는 하이브리드차와 경차의 세금감면 혜택을 연장하고 고연비ㆍ저탄소 자동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한다.

여객ㆍ화물 운수업체의 연비 개선용 설비 투자의 융자금 지원 대상을 늘리고 산업 분야에 적용된 온실가스 정부 구매사업을 수송분야로 확대한다.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확대,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 승용차 5부제 감시 강화 등 조치도 마련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승용차 운행을 억제하려는 목적에서다.

버스ㆍ택배차량의 공회전 제한장치(ISG)와 친환경 운전장치(EMS) 보급 지원을 2015년까지 두배로 늘린다.

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을 볼 때는 신호대기 중립모드 전환 등 친환경ㆍ경제운전 평가를 강화한다.

시내버스, 트럭 등 사업용 운전자의 경제운전 교육도 확대한다.

◇ 산업ㆍ공공분야 고효율화 투자 지원
산업ㆍ공공분야에서 에너지 고효율화 사업 투자를 지원하고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려고 연구개발(R&D)을 확대한다.

연료전환을 유도함으로써 석유의존도를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산업ㆍ건물용 기름보일러의 고효율 인증기술기준을 높이고 보일러 검사기준을 강화한다.

석유화학 단지 내 원료ㆍ에너지ㆍ부산물을 통합하여 공급하는 공동배관 인프라의 구축도 지원한다.

대ㆍ중소기업의 에너지 동행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폐열회수 등 대기업의 유류 소비 절감 노하우를 중소기업으로 확산하려는 조치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에너지목표 관리대상업체 366곳을 상대로 연료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유류사용 배출시설의 점검ㆍ보수를 지원하고, 연료 전환 때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의 융자를 지원한다.

천연가스, 바이오메스 등을 활용하여 원유 기반의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대체하는 원료를 개발한다.

◇ 농림ㆍ수산 분야 면세유 관리 강화
온실난방을 지열ㆍ목재펠릿 등 신재생에너지원 냉난방기로 전환하면 온실 증·개축 및 현대화 사업 대상자로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지열 냉난방기를 설치하는 농가가 헥타르당 2억8천만원씩 부담하는 비용을 설계와 시공 시기로 나눠 내도록 했다.

연간 10만ℓ 이상 면세유를 사용하는 농가ㆍ법인에는 2015년까지 신재생에너지원 냉난방기 설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이를 거부하면 2016년부터 면세유 배정을 점차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농식품부, 지자체, 농ㆍ수협은 면세유 부정유통 단속을 강화한다.

합동 교차점검을 통해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면세액의 40%를 가산세로 추징하고 2년간 면세유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 공공부문이 에너지절감 선도
공용차량의 교체 또는 임대 때 경차ㆍ하이브리드차 등 고효율차 비율을 현행 50%에서 연말까지 70%로 확대한다.

공공청사 고효율 자동차의 전용주차 공간은 현행 5%에서 10%로 넓힌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공기관별 `승용차 없는 날'을 매월 1회 지정해 운영한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대비해 국무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한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차량운행을 줄이려는 조치다.

공무원들은 상의 재킷 탈의, 노타이, 남방 등 간소한 복장으로 근무한다.

공공청사 온실가스ㆍ에너지는 목표관리제를 통해 2007∼2009년 실적 대비 2015년까지 20% 절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분기별 실적을 점검해 보통교부세를 차등하여 지급하고 지방공기업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도심생활형 중심의 국가 자전거 도로망을 현재 442km에서 2019년까지 2천175km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면 2015년까지 석유사용량 2천600만 배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지난해 원유수입량 9억3천만 배럴의 2.8%에 해당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