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파이시티 대표(55)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사진)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도 내려지기 전에 수술을 받은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법원은 “결정 전 병원부터 들어간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이날 최 전 위원장의 구속 상태를 일시 정지할지를 심리하기 위해 최 전 위원장을 부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이미 지난 21일 서울 삼성의료원에 입원, 23일 오전 7시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받기 시작한 상태였다. 재판부가 심리를 통해 최 전 위원장의 구속 상태를 일시적으로 풀고 외부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최 전 위원장이 수술실에 들어간 것이다.

재판부는 “수술의 필요성 및 긴급성, 환자 상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최 전 위원장을 소환할 예정이었는데 이미 수술을 받고 있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수술 사실을 하루 전인 22일 법원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재판부에서 당황스럽다고 하니 송구스럽지만, 면피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도 구치소가 사후 통보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검찰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구치소의 재량으로 수용자가 외부 기관에서 수술 등을 받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문의는 “객관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며, 입원치료 기간이 20일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재판부는 오늘 심문 내용과 수술 경과 등을 종합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수용자도 필요한 경우 외부 기관에서 수술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최 전 위원장의 특혜설을 부인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