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천안함 폭침으로 유발된 ‘5·24 대북제재’를 취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에서는 지난 4월 당대표자회, 최고인민회의, 4·15 김일성 주석 100주기, 4·25 인민군 창건일 등을 통해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외형적으로는 김일성을 모방한 것과 같은 모양새, 행동을 취하면서 주민들에게 등장했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훈통치라는 명목 아래 김 국방위원장이 취해 온 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에서는 김정은이 만경대 유희장을 방문해 정비되지 않은 시설현황을 보고 “인민들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일꾼들”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송에서는 소매를 걷은 채 상의를 풀어헤치고 풀을 뽑고 있는, 마치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김정은의 모습을 내보냈다. 북한 내부적으로 신생 정권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과 우상화 선전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범한 지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김정은의 리더십을 검증하고 통치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몇몇 부분을 통해 김정은의 통치행태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우선 인적통치 부분이다. 민간인 출신으로 최근 전면에 등장한 최룡해를 군내 핵심요직인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하고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직위를 부여했다. 이는 군에 대한 민간통제, 군에 대한 당권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여전히 대외분야를, 경제 및 내부 살림은 최영림 총리에게 부여함으로써 분야별 협업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아직 권력교체기의 과도적 체제라는 점에서 핵심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 인적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에서는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내려온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등을 주요 과제로 선언하고 있으며, 뚜렷이 전면적인 정책적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북한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토지정리, 국토관리, 지하자원·산림보호, 과학기술 국제교류 등 국토관리사업과 관련된 방향을 제시하는 김정은의 노작을 발표했다. 전반적인 국토개조사업을 통해 국가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지만 북한의 만성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대외정책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상중에도 2·29 합의를 통해 통미봉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장거리 로켓발사로 물거품이 됐다. 다만 현재 김정은 정권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과거 2009년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다분히 중국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대외전략의 변동 차원에서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정은은 체제가 정비되는 대로 방중 혹은 동남아 등 우방국 원수의 방북 초청 등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과 입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 할 것이다. 대남관계 분야에서는 긴장조성을 통한 체제 결속을 지속하면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차기정부의 탄생을 위한 개입행위를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초 김정은 후계자설이 불거질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후계체제의 불안정성을 점쳤고, 일부 탈북자들은 김정은의 경험·능력 부족을 지적했다. 또다른 탈북자들은 북한 내에서 그 누가 되든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오는 최고 존엄에 대한 정통성에 대한 숭배는 견고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결국 김정은 체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내려오는 정통성, 유훈통치와 선군정치를 기반으로 하면서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점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 가능성이 엿보임에 따라 6자회담 관련국들도 그 물꼬를 터주는 쪽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통치행태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토대로 북한 핵포기와 대외 관계개선, 개방으로의 유도를 위한 정책수단들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진 < 경남대 북한학 교수 jjpark@kyung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