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은 자산운용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시장 조정에 따른 수익률 악화 때문에 일시적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원망을 들을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철학을 고수하며 시장의 커다란 ‘파도’를 이겨낸 운용사들에는 신뢰가 쌓인다.

이에 따라 회사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이후 급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던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올초 글로벌 유동성 유입으로 증시가 강세로 전환하자 금세 수익률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투자자들로부터 “역시 유명 자산운용사는 다르다”는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조정장을 거치면서 고객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요즘과 같은 조정장 속에서 국내 액티브 일반 주식형 펀드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보완 상품들을 발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빠른 회복력 보인 5대 자산운용사

운용자산(AUM) 기준 5대 자산운용사인 삼성, 미래에셋, 신한BNP파리바, KB, 한국투신운용의 강점은 급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방어 역량이 강하고 회복장에서는 빠르게 회복한다는 점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증시가 큰 폭 조정을 받았던 지난해 8~10월 3개월 동안 KB자산운용이 -9.16%의 수익률을 낸 것을 비롯해 한국운용(-9.40%) 삼성자산운용(-10.59%) 등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1.01%)보다 선방했다. 설정액 1조원 안팎의 대형 펀드들을 다수 보유해 급락장에서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역시 펀드 명가(名家)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은 올초 회복장에서는 손실을 빠르게 만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올 1~3월 3개월 동안 한국(12.22%) 삼성(11.71%) 신한BNP파리바(10.19%) 등은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0.06%)을 앞섰다.

한상언 신한은행 투자상품부 팀장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2008년 이후 이번 급락까지 총 세 차례 위기를 거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며 “이번 조정이 마무리되고 시장이 상승세로 반전하면 또다시 빠른 회복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조정장에서 시장 평균보다 선방하며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쌓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6.98%) 미래에셋(-8.46%) 등은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8.52%)을 앞서고 있다.

올초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면서 주식형 펀드에서 ‘썰물’처럼 빠져 나갔던 시중자금은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자 국내 주식형 펀드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언젠가는 2000을 회복하겠지’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지만,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면 운용사들이 다시 한번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도 깔려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총 14거래일 가운데 10거래일 동안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자금 유입 규모는 총 5255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매달 자금이 순유출됐다.

○혼합형 펀드로 자산 지키기 도우미 자처

최근 자산운용업계에 나타나는 한 가지 특징은 조정장에서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혼합형 펀드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조정을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 방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속속 개발된 이 상품들은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고객들의 자산을 지키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대형 운용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혼합형 상품의 유형은 크게 ‘국내외 자산배분형’과 ‘절대수익 추구형’으로 나뉜다. 국내외 자산배분형은 삼성, 미래, KB, 한국운용 등이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스마트플랜 실버Q’는 주식과 채권을 적절한 비율에 따라 투자하면서 주가가 오를 땐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사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팔아 채권을 매입하는 전략으로 운용한다. 주식 비중이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해진 계산식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9월 폭락장에서 코스피200지수가 10.64% 급락할 당시에도 이 펀드는 플러스(0.68%)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하다 장 상황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미래에셋플렉서블코리아’를 판매 중이다. 연초 이후 지난 18일까지 6.31%의 수익을 올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86%)을 크게 웃돌았다.

KB자산운용의 ‘KB하이브리드알파’는 채권, 국내외 주식 등에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비율씩 나눠서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상품이다. 기본적으로는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 50% 이상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플러스 알파(α)’를 노린다.

한국운용의 ‘글로벌타겟리턴’은 글로벌 주식·채권·외환·원자재 등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특정 국가와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해외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와는 달리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다양한 투자자산을 한 펀드에 담아 변동성을 줄이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한BNP파리바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인 ‘차곡차곡플러스’를 변동성 높은 장을 극복할 수 있는 상품으로 추천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다. 변동성 매매 전략과 콜옵션 매도 전략을 동시에 활용해 증시가 횡보를 보이거나 하락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