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주가 조정을 오히려 투자 기회로 삼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아 한때 1700선으로 밀리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이달 들어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저조했던 펀드 수익률이 연초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너도나도 환매에 동참했던 분위기는 사그라들었다. 투자자들이 지수 반등시 예상되는 고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하반기 국내외 경기 회복 예상 등을 고려해 지금과 같은 조정 국면을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다만 변동성 장세에서는 펀드 투자 비중을 한꺼번에 늘리기보다 적립식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수익률 기복이 심한 펀드보다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수익을 쌓아가는 안정적인 펀드로 적절히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주식형 펀드, 점진적 비중 확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는 주식형 펀드의 적립식 신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점,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근 증시 조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현 시점을 주식형 펀드 및 주식 관련 상품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로존 위기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 기간을 길게 보고 점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주식형 펀드 대신 주식혼합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연초 이후 상승분을 다 반납하고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주식혼합형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1년간 수익률(지난 22일 기준)을 보더라도 국내 주식형은 -17%인 반면 주식혼합형은 -5%로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덱스, 대형성장형, 소비 관련 펀드 유망

현 장세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연초 이후 일반 액티브펀드 중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초과해 수익을 낸 펀드는 15% 정도에 불과하다. 개별 펀드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중국을 필두로 한 이머징마켓의 고소득층 확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비 관련주 펀드도 주목해볼 만하다. 김성동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장은 이런 맥락에서 럭셔리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유로존 등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장세에서 수익률이 양호한 럭셔리 펀드가 장기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단기 낙폭이 큰 대형 우량주 펀드도 반등시 탄력이 클 수 있어 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외 여건이 안정되면 빠른 수익률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적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는 정보기술(IT)과 소비재 업종 비중이 높은 대형 성장형 펀드가 유망하다는 얘기다.


○분할 매수와 자산 배분으로 위험관리

요즘은 높은 수익률 확보도 필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조정 국면에서는 주식형 펀드 외에 주가연계펀드(ELF), 해외 채권형 펀드 등으로 분산 투자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선욱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채권에 30%를 투자하고, 30~40%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나 주식형 펀드, 나머지 30%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해볼 것”을 추천했다.

배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익 성장성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국내 주식형, 해외 채권형, 원자재 등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증시 조정시 투자 규모를 늘리는 ‘엇박자 투자’도 거론했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규모를 설정한 뒤 가격 하락에 두려워하지 말고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펀드, 장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 펀드매니저 교체가 적은 펀드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