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국내 건설회사들이 요즘 건설업계 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최근 여건은 정말 샌드위치 신세다. 선진 건설사들은 기술적 우위, 사업 기획력, 프로젝트 관리(PM), 공사관리(CM), 금융과의 연계 등 종합 서비스를 앞세워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터키 인도 등 신흥국 건설사들은 원가 경쟁력과 기술 역량 보강을 통해 국내 건설사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술력을 끌어올려 선진국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신성장 분야 진출, 사업구조 고도화, 엔지니어링 능력 향상, 수주 지역 다변화 등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신성장 분야 진출

현대건설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영역 다각화가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오일 샌드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자 발전, LNG, 수처리,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연계한 패키지 사업,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 등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녹색성장 분야인 원자력에서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UAE(아랍에미리트) 원전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400기 이상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원자력발전 플랜트 수주를 위해 물밑 준비를 하고 있다. 시공 중심의 전통적 수익 구조에서 탈피해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시공사가 금융까지 주선해 개발이익을 나누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기존 주력 시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공사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 도로와 인도로 이뤄진 복층 교량, 주탑을 비스듬하게 세워 외관을 돋보이게 한 교량, 지하철(지하)과 도로(지상)를 동시에 건설하는 복합 도로 등이 그런 사례다.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

현대건설은 플랜트 건설을 일괄 수행하는 EPC(설계·구매·시공) 능력을 배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시공(C) 중심의 건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설계(E)와 구매(P)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설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본과 유럽 선진 업체들과 플랜트 공종에 공동 진출하는 것도 모색 중이다.

또 해외 공사정보 관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해외 지사 직원이 현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전 세계 190여개국에 걸친 광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파워, 해외 신인도 등도 수주 발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수주 지역 다변화 박차

현대건설은 중동 중심의 해외 수주 지역을 다변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수주 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0년에는 알제리와 카자흐스탄, 콜롬비아에 지사를 설립했다. 작년엔 중국 지사를 열었고, 올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에 지사를 개설했다.

남아공 지사 설립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는 국내외 경쟁사들의 진입이 본격화하지 않은 곳이다. 이 지역의 요충지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지사를 설립, 아프리카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벌써부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발전소 증설 공사(2억5000만달러)를 따냈다. 올 3월 콜롬비아 하수처리장 공사도 수주해 중남미 건설 시장에도 재진출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