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동지역 프로젝트 발주 규모는 지난해보다 3% 감소한 1774억달러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 수주액 역시 시장 추정치 700억달러보다 7% 적은 65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설 및 인프라 부문의 발주가 시장을 이끌 뿐 화학공학 및 발전 분야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90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어려워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와 불확실성이 높아진 세계 경기가 프로젝트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동지역 발주 모멘텀 ‘지연 우려’

중동지역의 발주 모멘텀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현재 프로젝트 발주율은 연초 예산(original budget) 대비 2.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3월까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MENA) 발주금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발주금액은 321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52.2% 줄었다.

또 3월 기준으로 프로젝트 예산도 1조1630억달러로 연초 대비 21.3%나 감소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공정인 화공 플랜트 부문의 발주금액 역시 지난해 1분기 대비 28.9% 감소한 92억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1분기 중동지역 수주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50.3% 감소한 46억달러에 그쳤다.

중동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 현상은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불투명성 및 유럽 위기로 인한 PF 어려움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중동지역의 PF 규모는 110억달러로 2010년의 40%, 2007년의 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출 및 채권 시장 역시 2010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외 대출시장(cross border loan market)의 50%가 유럽계 자금이라는 점과 PF 시장을 전통적으로 유럽 은행들이 이끌고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중동지역 프로젝트 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중동 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화공 플랜트 발주 규모는 2009년 570억달러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285억달러까지 감소했다.

다운스트림인 석유화학 분야 발주금액 역시 2005년 160억달러에서 2011년에는 29억달러로 급감했다.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에틸렌 수익이 2006년의 3분의 1로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앞으로 의미있는 화공 부문의 발주 증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건설업계, 신시장 전략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GCC 6개국의 발주금액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GCC 발주액은 2008년 1850억달러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1390억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발주 비중은 2008년 20.5%에서 2011년 52.7%로 높아졌다. 최근 중동 시장은 사우디가 홀로 어렵게 꾸려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의 성장 둔화와 이에 따른 경쟁 심화가 중동지역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와는 달리 해외 업체들의 수익률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탈리아 엔지니어링 회사인 사이펨(Saipem)의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오히려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국내 건설사와 유럽 건설사 간의 전략 차이에 기인한다. 글로벌 건설업체들은 상당 부분 심해저 플랜트 등 향후 성장성이 좋은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사업부문은 경쟁구도가 심하지 않아 수익률도 높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사업구조에 머물러 있으면서 성장 확대를 위해 기존 발전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성장을 지속시키고 구조적인 수익률 하락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시장 확대 전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성장성이 좋으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심해저 플랜트 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부 건설업체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관련 인력을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처럼 국내 건설업체들이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때 국내 건설업체들이 한 단계 재평가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이후에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을 위한 인수·합병(M&A) 시도를 활발히 추진하는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부장 sjbyun@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