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근로시간 단축이 이번 정부에선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당초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강제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몰고 올 노사갈등과 기업 부담이라는 현실의 벽을 인정한 셈이다.

◆치열했던 찬반논란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간 오랜 숙제였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2010년 기준)은 2111시간으로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49시간)에 비해 360시간 이상 길다.

이 문제가 최근 이슈가 된 것은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 검토를 지시하면서부터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적극 검토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라”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삶의 질도 향상되고 일자리가 늘 뿐 아니라 소비도 촉진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법정 근로시간에서 제외돼 있던 휴일 근로시간을 연장 근로한도(주 12시간)에 포함시켜 실질 근로시간을 줄이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지난 16일까지도 기자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당장 전체 근로시간이 줄면 근로자들은 임금이 감소한다. 그 경우 근로자들이 기업에 임금 보전을 요구할 게 뻔하다. 이는 노사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입장에선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면 신규 채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대한상의가 최근 기업의 인사노무 부서장 302명을 대상으로 ‘19대 국회 노동입법 방향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53.6%의 기업들이 ‘휴일근로 제한 등 근로시간 단축’을 경영에 가장 부담스런 요인으로 꼽았다.

◆현실 인정해 보류

근로시간 단축 추진에 대해 기업들의 반대가 예상외로 강하자 정부는 그동안 강행 여부를 놓고 고심해왔다. 정부 내에서도 고용부는 적극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은 신중론에 힘을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휴일 근로가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면 주당 전체 근로시간은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23.5% 감소한다”며 “임금이 주는 근로자나 추가 고용부담이 생기는 기업 모두 당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근로자를 고용하면 해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근로시간을 강제적으로 단축해 기업들에 추가 고용을 압박하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며 “본래 취지와 달리 고용을 더 줄일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