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노동계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제3의 노총으로 지난해 출범한 국민노총 조합원들이 조합원 확보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 집단 몸싸움을 하며 정면 충돌했다.

25일 울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께 울산시 남구 부곡동 동서석유화학 후문에서 국민노총 소속의 건설기능인 노조 조합원 20여명과 민노총의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조합원 100여명 사이에 시비가 붙어 서로 밀치는 등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양쪽 노조에서 모두 40여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동서석유화학 증설 공사에 투입되는 하루 300여명의 플랜트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민노총과 국민노총 노조가 서로 경쟁적으로 조합원 확보를 위한 선전활동에 나섰다가 양측 간 물리적 충돌로 비화됐다고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SK에너지 등 울산석유화학 공장의 설비 시공과 보수 작업이 주종을 이루는 울산지역 플랜트 공사는 그동안 민노총 산하 울산건설플랜트 노조가 사실상 장악해왔다. 이 노조는 2005년 설립 1년 만에 SK 울산공장의 정유탑을 불법 점거해 고공 농성을 벌이는 등 당시 70여일간 파업을 벌이며 울산지역의 대표적 강성 노조로 자리를 굳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복수노조 설립허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노총과 국민노총 산하 노조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민노총의 건설플랜트 노조는 기존 조합원의 이탈 방지에 나서는 등 경쟁 노조 설립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1월14일 울산에서 열린 한국노총 산하 한국건설플랜트 노조 출범식에서도 민노총 산하 조합원 300여명이 몰려와 행사를 제때 진행하지 못하는 등 두 노조가 마찰을 빚기도 했었다.

국민노총 산하의 전국 건설기능인노조는 지난 2월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에 맞서 울산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노조활동에 들어갔다. 국민노총은 ‘시대착오적인 투쟁 일변도의 노조 운영에서 과감히 탈피한다’는 것을 노조 출범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울산 노동지청에 따르면 현재 민노총 산하 건설플랜트 조합원이 2500여명, 국민노총 산하가 1000여명, 한국노총 산하가 300여명에 각각 이른다.

국민노총 심규호 조직본부장은 “국민노총 전체 노조원의 90% 이상이 울산지역 조합원들로, 그만큼 민노총의 조직 이탈과 국민노총의 상대적 조직 확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민노총은 이번 폭력 사태와 관련, 경찰에 엄중한 수사 촉구와 함께 민노총 노조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에 나서기로 해 양대 노총 간 충돌은 법정싸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복수노조 체제 하에서 민노총과 한국노총 주도의 노동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울산을 비롯한 전국 사업장의 노사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