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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허락된 과식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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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허락된 과식

    - 나희덕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햇빛이 가득한 건

    근래 보기 드문 일



    오랜 허기를 채우려고

    맨발 몇이

    봄날 산자락에 누워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햇빛을

    연초록 잎들이 그렇게 하듯이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그래도 남아도는 열두 광주리의 햇빛!


    사람과 햇빛이 이처럼 환하게 교감하는 순간도 드물 겁니다.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 산자락, 싱그러운 바람과 살랑이는 잎 사이로 맨발 몇이 누워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 허기’ 때문에 더 ‘먹음직스러운 햇빛’. 앳된 잎들이 온몸의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듯 ‘핥아먹고 빨아먹고 꼭꼭 씹어도 먹고/ 허천난 듯 먹고 마셔댔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이 빛은 우리에게 허락된 거의 유일한 과식. 그래도 남아도는 햇빛이 열두 광주리나 된다니,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5000명을 먹이고도 남아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광야의 기적이 오늘 봄 산자락에서 다시 일어났군요. 시적인 감각의 촉수가 어쩌면 이리도 섬세하고 명징한지….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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