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덕분에…PC방 '기지개'
PC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디아블로3’ 등 인기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이용자들이 PC방을 다시 찾고 있기 때문이다. PC방 매물이 줄어들고 PC방 이용시간도 늘어나는 등 PC방 시장이 다시 살아날지 주목된다.

○PC방 매물 절반으로 뚝

PC방은 최근 잇따른 인기 대작 게임 출시로 2000년대 초반 전성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5일 판매에 들어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와 다음달 공개 테스트를 앞둔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PC방을 떠난 이용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는 것. PC방 전문 조사업체 게임트릭스가 전국 지역별 분포에 따라 선별한 표본 PC방 4000곳을 조사한 결과, 디아블로3의 PC방 점유율(23일 기준)은 39.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리그오브레전드’(11.57%)의 네 배 가까운 수치다.

PC방 이용시간도 급증했다. 전체 PC방 이용 시간은 디아블로3 출시 전인 9일 501만2954시간에서 23일 638만3372시간으로 22% 이상 증가했다. 기존 인기 게임들의 이용시간이 줄긴 했지만 전체 게임 이용시간은 늘어난 것이다. 서울 자양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박모씨(44)는 “2010년 기대를 모았던 ‘스타크래프트2’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해 이번에도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밤을 새우면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늘어 새벽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PC방 업주들은 블레이드앤소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게임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높은 PC 사양이 요구되고 지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한 3차 비공개 테스트에 PC방 업주들이 대거 몰려 테스트 대상 PC방 수를 500개 더 늘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PC방 매물도 크게 줄어들었다. 점포 거래 전문 사이트 ‘점포라인’에 따르면 이달 등록한 PC방 매물은 125개로 지난해 같은 달 226개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올 1월부터 누적 매물 건수는 8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감소했다. 반면 권리금은 오르고 있다. 지난해 평균 8462만원에서 8879만원으로 상승했다.

○완전한 경기 회복은 미지수

PC방 시장은 2001년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PC방 수는 2001년 2만3548개에서 2010년 1만9014개로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11.8%나 감소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PC방 사업은 계속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 화재책임보험 의무 가입 등 기존 규제에다 내년 6월부터 전면 금연 등 각종 규제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커진 것도 PC방 방문 횟수를 줄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찬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은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앤소울 모두 PC방에서 즐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계속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필요 이상의 규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PC방 시장이 예전만큼 되살아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