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첫 '합작품'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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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반도체 공동개발…그랜저HG에 장착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협력해 만든 차량용 반도체가 처음으로 상용화돼 그랜저HG에 장착됐다. 한국의 전자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첫 협력 사례인 만큼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던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현대차 그랜저HG에 들어가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에 삼성전자에서 만든 ‘영상인식 시스템온칩(SoC)’이 탑재됐다. AVM을 개발한 현대모비스가 삼성에서 생산한 칩을 넣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2009년 6월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고 지난 3년간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해왔다. 이번에 상용화된 ‘영상인식 SoC’는 그 중 하나다.
양사는 ‘스마트키용 SoC’와 ‘연비개선 배터리 센서’도 개발을 마치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키용 SoC의 경우 기아차가 내년 출시할 예정인 모닝급 경차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비개선 배터리 센서는 2014년에 나올 현대차의 쏘나타 후속 모델에 장착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들의 공동 개발을 국책과제(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로 선정해 58억원을 지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씨엔에스테크놀로지 등 여러 기업이 알고리즘 설계와 반도체 설계, 제조, 검증, 생산까지 협업 모델을 구축해 차량용 핵심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 사례”라며 “이들 세 가지 제품이 상용화되면 향후 5년 동안 2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을 독일 인피니온과 미국 프리스케일, 프랑스 STM, 일본 르네사스 등 해외에서 조달해왔다. 현대차그룹의 반도체 구입액만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이후 자동차의 IT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2000년 20%에 불과하던 자동차의 전기전자부품 비율은 2010년 32%로 높아졌고, 2015년 4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98.4%(산업연구원)에 달한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커지자 삼성과 현대차가 이 시장에서 맞붙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주도하에 지난 4월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수백여명의 사원을 선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포함한 차량용 전장부품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키우기로 하고 이재용 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이 사장은 올 들어 BMW,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를 찾아가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며 하반기에는 포드 CEO와도 만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천억원의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할 파운드리 사업까지 벌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현대오트론은 ‘맞춤형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고 생산은 삼성전자 동부하이텍 등에 맡겨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현대오트론은 반도체 설계를 주로 맡고 생산은 삼성전자에 위탁을 주는 식으로 양사 간 협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AVM
Around View Monitoring System. 차량 외부에 탑재된 4~5개의 카메라 영상을 합성해 차량 주변 360도 전체를 모니터로 보여줘 시야의 사각지대를 없애주는 첨단 장치. 2007년 일본에서 개발돼 일부 고급 수입차와 현대 그랜저HG, 기아 K9, 르노삼성 SM7에만 적용되고 있다. 대형 세단이나 SUV처럼 크기가 커 주차가 불편한 차종에 적합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