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왕들은 고객에게 주는 신뢰 이미지를 최대 무기로 삼는다. 보험왕들이 신규 계약만 많은 게 아니라 보험계약 유지율 역시 상위권이고, 기존 고객을 통한 새 고객 확보 사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왕들은 “보험은 초장기 상품인 만큼 고객과의 장기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들면 고객 자녀 등 2대, 3대에 이르기까지 관계를 넓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고객 이익보다 자신의 수수료 수입을 먼저 따지는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도 이익이 좀 더 많은 회사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설계사’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이 올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를 유치해 수당을 챙긴 뒤 다른 회사로 옮기는 철새 설계사가 10명 가운데 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이 같은 고객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우수인증 설계사’(CIC) 제도다. 실적이 우수하고 고객 관리를 잘하는 설계사에 대해 ‘명장’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2008년 금감원 지원으로 도입돼 최근 정착되는 단계다. 불완전 판매를 예방하고 설계사에 대한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도 내고 있다.

각 협회는 우수인증 설계사를 뽑기 전 각 설계사의 근속기간과 보험계약 유지율, 모집실적, 완전판매 여부 등을 엄격하게 심사한다. 철새 설계사 비중을 낮추기 위해 한 소속사에 3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고객 불만으로 제재를 받은 사실도 없어야 한다.

우수인증 기준에 해당하는 설계사는 소속 회사를 통해 소정 양식의 서약서를 제출하고 신청하면 된다. 각 협회장이 인증자격을 부여한다. 두 협회에서 매년 5월 인증신청을 받아 자격을 부여한다. 유효기간은 1년이다. 매년 전체 설계사의 5~10%가 우수인증 설계사 자격을 따내고 있다.

협회가 자격을 심사한 결과를 각 보험사로 통보하고, 최종 인증자에 대해 인증번호와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우수인증 설계사는 인증로고를 명함과 보험안내서, 보험증권 등에 부착해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데 그만큼 유리하다. 보험사 입장에선 우수인증 설계사 수가 많을수록 불완전판매 비율이 낮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협회는 우수인증 설계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보협회는 교육전문업체인 크레듀와 제휴해 작년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 무료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생명보험 우수인증 설계사라면 누구나 수강 횟수와 과목에 제한받지 않고 교육을 이수할 수 있다.

고객 방문 등 외부 일정이 많은 설계사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및 스마트폰 전용과정을 개설했다. 금융 전문과정뿐만 아니라 취미와 인성 역량까지 높일 수 있는 자기계발, 고객 응대 때 참고할 수 있는 교양과정 등으로 구성됐다. 예컨대 교과목 제목이 △고객을 부자로 만드는 부동산 및 세무상담 △골프가이드 △새로운 나를 만나는 셀프리더십 △와인으로 배우는 성공 비즈니스 △명품 갤러리 등이다.

이와 함께 우수인증 설계사의 금융 동향과 자기계발 등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소식지를 연간 4회 발간하고 있다.

손보협회는 우수인증 설계사 및 대리점 가운데 유지율과 실적이 우수한 일부를 추려 ‘블루리본’을 따로 부여하고 있다. 블루리본이란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고의 영예, 가장 뛰어난’이라는 뜻을 지닌 용어다. 블루리본에 ‘도전과 신뢰’라는 가치를 부여, 고객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최고의 컨설턴트를 상징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작년 말엔 총 202명의 우수인증 설계사에게 블루리본을 수여했다. 업계 전체 설계사 중 상위 0.2%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4년 연속 우수인증 설계사로 뽑힌 사람 중 계약유지율 95% 이상, 근속연수 10년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매년 6월 선정하는 우수인증 설계사 가운데 판매실적이 좋고 고객 만족 등에도 평이 뛰어난 사람 가운데 선발한다”며 “보험업계의 목표인 완전판매를 달성하고 우수인증 설계사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