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세제 다시 마시는 사장님
28일 포항시 하대리 슈가버블 본사 공장. 소재춘 사장(54·사진)이 주방세제 한 병을 꿀컥꿀꺽 삼켰다. 2003년 개발한 친환경 세제 ‘슈가버블’이 자극성 없는 세제라는 걸 알리기 위해 기업 대표가 스스로 실험 대상을 자청하고 나선 것.

소 대표가 이 같은 퍼포먼스를 시작한 것은 2003년 제품을 내놓으면서부터. 지난해 7월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하다 일시 중단했던 것을 지난 4월부터 다시 시작한 것.

업계에서는 그가 주방세제 마시기 이벤트를 재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소 대표는 지난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주부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신뢰 덕분에 성장한 회사를 부실로 만든 게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 없었다”며 이벤트를 중단했다. 당시 회사 부채는 총 200여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한 해 매출 182억원을 훨씬 뛰어 넘는 규모다.

슈가버블은 한때 잘 나가던 회사였다. 사탕수수 등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과일·야채·주방용품 살균세척제,세탁세제,섬유유연제,욕실세정제 등 무려 100여가지의 세제 제품을 내놨다. 친환경, 인체무해 제품으로 한국능률협회 등으로부터 세제 부문 각종 상을 휩쓸었고 창업 11년 만인 2010년에는 매출이 200억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마진이 계속 떨어진 것. 매출은 늘었지만 부채는 쌓이는 악순환 속에 빠졌다. 3년 전엔 슈가버블 제품에 ‘설탕과 소금보다 안전하다’는 홍보 문구를 부착했다가 소비자 보호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소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소 사장은 치약없이도 충치예방 등의 효과를 내는 신개념 칫솔을 개발한다며 무리한 현금 투자를 감행했다. 이 때문에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다.

기업회생절차 기간 중 채권단은 슈가버블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총 부채 200억원의 65%를 주식 출자로 바꿔주기로 합의한 것.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슈가버블에 대해 기업회생안 인가를 내줬다. 소 사장은 “계면활성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샴푸 ‘시크릿’을 통해 고객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