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디지털 컨버전스 영화제를 표방한 29초영화제 제2회 대회가 29일부터 대장정에 들어간다.한국경제신문 29초영화제 사무국은 이날부터 9월1일까지 예선과 본선, 시상식 순으로 영화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대회에는 청소년부문이 신설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도 새로 제정됐다. 음악과 연기, 촬영, 편집 등 다양한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참여도 증가할 전망이다. 총상금은 1억원이다.

# 영상문화 대표 영화제로 떠올라

제1회 대회에는 1000여명이 2200편을 출품했다. 4만5000여명이 온라인 회원으로 참여했고, 60만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해 국내 단편영화제 사상 최고의 참가 기록을 세웠다. 29초영화제가 첫 대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우리사회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이를 반영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상과 감동을 중시하는 영상,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작 편의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매체를 통한 개방성, 평가의 공정성 등이 영화인들에게 어필했다.

올해 29초영화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대중화에 따라 열기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휴대폰 가입자 중 5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카메라나 태블릿PC도 대중화됐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영상과 가까워지고 있다.

29초영화제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반영하면서 웹-앱-모바일을 관통하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컨버전스 영화제로 자리잡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3분 이상의 영상을 부담스러워한다. 가장 몰입하기 좋은 시간은 30초 내외라고 한다. 29초영화제가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영상산업의 플랫폼이 되고 있는 이유다. 짧으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은 영상을 통해 웹2.0의 정신인 참여, 개방, 공유를 제대로 구현하고 오프라인 방식과 영화 전문가만의 잔치였던 기존 영화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 등 물리적인 제약도 허물었다.

관람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감상하고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데다 짧은 시간에 제작과 감상, 평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29초영화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제작자 관점에서 봐도 29초영화제는 비싼 장비나 화려한 영상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휴대폰이나 캠코더 등으로 의미있는 영상을 구현해 내면 된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영상에 담긴 의미와 아이디어를 더 높게 평가한다.

# 지난해보다 참여 열기 더 뜨거워질 듯

29초영화제의 개방성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지난 대회 참가자들이나 각 학교 동아리 등은 벌써 29초영화제 출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아쉽게 상을 받지 못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학생들은 깊이있고 다양한 스토리를 담은 작품으로 재도전 의지를 굳히고 있다.

신입생들의 호기심은 더 크다. 아직 단편영화를 찍을 만한 내공이 부족하지만 29초영상이라면 도전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힘입어 실험정신이 가득찬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

중ㆍ고교생들의 도전 열기도 뜨겁다. 지난 3~4월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29초 먼슬리 영화제’에서 ‘도미노’로 청소년부분 대상을 받은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팀(김지은 조예림 심성민 임다은)은 “본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이 학교 영상동아리 UCC 멤버들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영화제에서는 적어도 3분 이상의 영상을 만들어야 했다. 촬영장비와 시간, 비용이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29초영화는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돋보이게 표현해내면 된다. 29초영화는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욕심내는 프로에게도 쉽지 만은 않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점이 29초영화만의 재미이고 매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