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초영화제가 출범할 때만 해도 적잖은 사람들이 “그 짧은 시간에 뭘 표현해 낼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막상 영화제가 시작되자 이런 생각은 기우로 판명됐다. 사회 부조리를 따갑게 지적하는 내용부터 눈물 글썽이게 하는 가족애까지 29초 영상은 실로 다양했다. 짧지만 장편영화 못잖은 공감지수도 보여줬다. 60만명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29초 홈페이지를 다녀갔다.

출품작도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영화 감독을 지망하는 청소년들의 대거 참여는 의외의 수확이었다. 제1회 29초영화제는 창의성 공감성 개방성 등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옥의 티도 있었다. 올해 제2회 대회에서는 이를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청소년 부문 신설

제1회 대회를 돌이켜보면 청소년들이 영화 전문가나 영상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벅차 보였다. 작품성은 좋지만 숙련된 영상 기술을 가진 전공자나 전문가들에게 수상 기회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대회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청소년 감독의 작품은 10% 남짓. 청소년 감독들의 참여는 제2회 대회에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4월 진행된 ‘29초 먼슬리(Monthly) 영화제’가 청소년 감독들의 참여 열기를 말해준다. 223개 출품작 중 96개가 청소년 감독들의 작품이었다. 전체 출품작의 40%를 넘는 비중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이번 대회부터 청소년부문을 신설한 이유다. 미래의 스티븐 스필버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됐다.

대상은 문화체육부 장관상으로 격상했다. 제2회 29초영화제는 청소년부와 일반부로 나눠 진행하며 대상 및 최우수상, 우수상, 감독상, 연기상, 촬영상 등 30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청소년부문 대상 및 최우수상 수상자를 지도한 교사들에게에는 지도교사특별상을 준다.

◆음악 연기 등 재능기부 활성화

29초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재능 기부다. 한 사람이 영화 제작에 필요한 음악, 촬영, 연기, 편집 등 모든 재능을 두루 갖추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제2회 대회부터는 재능 기부를 확대, 영화 제작에 필요한 스탭과 기술 등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어도 재능 기부자들의 도움을 받아 한 편의 영화를 만들수 있게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29초영화제 커뮤니티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이곳에서는 일반인과 학생 모두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며 재능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음악부터 연기, 촬영, 편집, 기술, 장비까지 영화에 필요한 모든 것이 기부 대상이다. 재능 기부가 활성화되면 영화 제작이 한결 쉬워지고,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 일정도 두 계절 앞당겼다. 꽃피는 5월 말에 예선을 시작해 9월 초에 시상식을 갖게 된다. 작품 제작부터 시상식까지 가장 좋은 계절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제1회 시상식에는 1000여명의 관람객과 감독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분주한 연말 행사들과 겹쳐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고, 강추위 때문에 고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부터는 초가을에 열리기 때문에 보다 많은 참석자들이 편리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