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선루프가 작동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부품인 롤러 블라인드를 독자기술로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습니다.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겁니다.”

이환길 금강화학 대표(57)는 롤러 블라인드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3년간 전 임직원이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29일 강조했다. 그는 “이젠 세계시장 제패를 위한 마케팅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기존의 작은 선루프보다 천장이 탁 트여 하늘을 더 넓게 볼 수 있어 고급 차종에서 인기가 많다.

이 대표는 “롤러 블라인드는 까다로운 품질과 해외 기업의 높은 특허 장벽으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제품”이라며 “독자 기술로 개발한 금강화학의 기술력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독자기술 확보 위해 과감한 투자

이 대표는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고급화인데 파노라마 선루프가 고급차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며 “파노라마 선루프의 수요 확대가 확실하다는 판단에서 핵심 부품인 롤러 블라인드 개발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기업을 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롤러 블라인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60여명의 연구원들이 3년간 개발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한 롤러 블라인드는 기존 제품과 다른 구동 원리로 차별화했다. 작동성과 외관품질을 기존 제품에 비해 높이고 빛과 적외선이 통과할 수 없는 패브릭 원단을 사용했으며 가격도 수입 제품보다 낮췄다.

이 제품은 15건의 특허를 받았고 출원 중인 것도 여러 개다. 최근엔 국내 물량 확대와 수출을 위해 연간 100만대분을 생산할 수 있는 1만6000㎡ 규모의 공장(법인 금강이노텍)을 경남 양산에 신축했다. 조만간 직원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기술개발과 설비구축 등에도 200억여원을 투자했다.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 이끈 주역

금강화학은 1981년 자동차에 들어가는 사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30년 이상 자동차 내외장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면서 꾸준히 기술혁신을 해왔다. 1983년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포니에 몰딩 부품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액셀러레이터 페달 암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 레귤레이터 캐리어 플레이트 플라스틱 제품 등을 개발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국내 유일의 인서트 몰딩 공법을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특히 2003년엔 국내 최초로 고급 이미지의 다양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리얼 알루미늄 내장 제품도 국산화했다.

이런 기술력은 매년 매출의 3~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온 결과다. 2009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 21회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최우수 중소기업으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고 부산산업대상도 받았다. 이 대표는 “국내외에서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깜짝 놀랄 만한 아이템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현장중심 경영으로 최고 기업 일궈

부산에 있는 금강화학 본사 공장과 양산에 설립한 금강이노텍 공장은 소나무 대나무 등의 각종 수목들과 바위 등으로 꾸며져 공원에 들어선 느낌을 받게 한다. ‘깨끗한 환경, 정돈된 현장이 제조공장의 출발’이라고 강조하는 이 대표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제조업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며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늘 현장중심의 경영이 돼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임직원들도 완벽한 품질을 요구하는 부품을 취급하면서 매년 성장해온 비결은 현장관리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담장을 헐고 조경을 한 공장은 2005년 부산시로부터 ‘걷고 싶은 길’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해외 바이어가 공장을 둘러본 뒤 ‘아름다운 공장’이라고 감탄하며 제품 설명도 듣지 않고 바로 계약한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장경영엔 휴일이 없다는 이 대표는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와 현안을 챙긴다. 그는 “눈으로 확인해야 일하는 것 같다”며 겸연쩍어했다. 금강화학의 미래에 대해 이 대표는 “앞으로 영원히 기술연구소의 불빛이 꺼지는 날은 없을 것”이라며 ‘앞선 기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부산지방경찰청 행정발전위원과 부산 사상구의 장학재단위원 등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한 공헌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