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왜 그런지 물었더니 천연덕스럽게 “몰랐다”고 말했다. 잘 자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몰랐다’도 기막혔지만 ‘뭐가 문젠데요? 누가 때린 것도 아닌데’라는 식의 표정과 어투에 억장이 무너졌던 기억이 생생한 까닭이다.
그 교사 말마따나 맞은 것도 아니니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그저 앞으론 같은 일이 없도록 잘 부탁한다고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아이를 맡기는 순간 부모는 이렇게 약자가 된다. 아이가 어릴수록, 선택의 여지가 없을수록 더하다. 출근하는 엄마들이 어린이집 원장에게 쩔쩔 매는 이유다.
2011년 말 전국의 어린이집은 3만8021개소. 1990년 1919곳에서 20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도 지난 3월부터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어린이집마다 거의 만원이란 마당이다. 집에서 키우면 차상위 계층에만 월 10만~20만원을 주지만 어린이집에 맡기면 무조건 월 28만6000~39만4000원을 주는 까닭이다.
문제는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어린이집 합동 점검에서 23.5%,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 말까지 민원이 발생한 전국 130개 어린이집 수시 점검에선 60%가 법 내지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보조금 빼먹기, 저질 급·간식 지급, 체벌, 회계 및 운영 기준 부적정 등.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원장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는 규제 완화와 보육료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촛불시위에 집단 휴원도 불사하겠다고 정부와 국민을 으르고 있다.
0~2세 무상보육 혜택이 주로 가정 어린이집에 돌아가 3~4세 위주의 민간 어린이집은 딱히 덕본 것도 없는데 규제만 심해졌다는 주장이다. 또 보육료 100% 지급 기준을 월 11일 이상 출석에서 6일 이상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다. ‘최저임금’ 수준인 보육교사의 처우는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액수에 상관없이 정부 예산을 받으면 투명하게 경영해야 마땅하다. 특별활동비 회계 내역 공개, 평가 인증과 기본보육료 연계 지급 등을 마다하는 건 도덕적 해이란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지킬 걸 지키지 않은 채 “과잉 처벌에 운영 못할 판”이라고 내세우는 데 동조할 국민은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