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몰린 공매도 세력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칼을 빼들었다. 무차입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외국계 법인에 대해 증권사들의 수탁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9일 무차입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7개 외국계 법인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파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미리 차입을 통해 결제할 주식을 확보한 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일에 결제할 주식을 확보하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과 거래소 업무규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자칫 증권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단속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처벌 규정이 미약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매도 규정을 위반했을 때 제재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전부다.

이들 7개 외국계 법인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25만주(53억원 규모)의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증권회사들이 주식을 차입해 우선 결제한 후 이들 위탁자가 재매수해 증권회사에 상환했다는 설명이다.

시장감시위는 모든 증권사들에 앞으로 30일간 해당 위탁자가 공매도 주문을 할 경우 차입계약서를 반드시 제출받도록 요청했다. 시장감시위 관계자는 “증권시장의 안정을 위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시장 감시와 증권회사 수탁 관리를 더 강화할 방침”이라며 “규정 개선이 필요할 경우 금융위원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대한 감시를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 LG전자 등 일부 종목 주가가 급락하자 외국계 공매도 세력 탓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공매도를 악용해 주식시장을 흔들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하락장에서 공매도 세력의 부정적 영향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규제가 앞으로 시장의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