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스웨덴 왕비 "반가사유상, 섬세하고 아름다워"
“아름답다.” “섬세하다.”

나흘 일정의 국빈 방한 첫째 날인 29일 오후 6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내외는 우리 문화재를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안내를 받은 스웨덴 국왕 내외가 가장 먼저 관람한 것은 황남대총 금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할아버지 구스타브 아돌프 6세가 채집한 서봉총(瑞鳳) 금관과 모양이 비슷한 금관이다. 최 장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국왕 내외는 한층 진지한 시선으로 금관을 살폈다. 삼국시대 반가사유상 앞에서는 실비아 왕비가 특히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실비아 왕비의 감탄사에 구스타브 16세가 추임새를 놓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고려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를 보고 나서는 세 마리 토끼 모양 받침에 관심을 보이며 “앙증맞다”고 했다. ‘달과 토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양 문화에 그런 상징이 있는지 몰랐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내외가 국빈 방한 첫째 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것은 우리 문화와 스웨덴 왕가의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그 인연은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스타브 16세 국왕의 할아버지인 구스타브 아돌프 6세 전 국왕이 남다른 인연의 주인공이다.

구스타브 아돌프 6세는 왕세자 시절 상처한 뒤 재혼했다. 고고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택한 아시아를 신혼여행하던 중 경주에서 진행되던 서봉총 발굴에 참여했다. 그는 출토된 금관(보물 제339호)을 손수 채집했는데, 이 금관에는 세 마리의 봉황 모양이 장식돼 있었다. 서봉총이란 이름은 스웨덴의 한자표기인 ‘서전(瑞典)’과 출토된 금관에 장식돼 있던 ‘봉황(鳳凰)’에서 한 글자씩 따서 붙인 것이다. 이후 그는 금강산을 관광하며 “하느님께서 천지창조하신 엿새 중에서 마지막 하루는 오직 조선의 금강산만을 만드는 데 보내셨을 것이다”고 찬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스웨덴으로 돌아가 자국의 동아시아박물관에 기증한 금귀걸이가 지난 2월 새로 만들어진 한국관에 전시돼 있다.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의 한국실은 중국, 일본실에 이어 세 번째로 설치된 상설 국가 전시실이다. 한·스웨덴 수교 50주년인 2009년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이 협약을 맺으며 한국실 설치가 이루어졌다. 구스타브 16세 국왕은 당시 한국실 개관에 참석, 축사를 하며 할아버지의 서봉총 발굴 참여 사실과 6·25전쟁 때 스웨덴 의료진 파병 등을 거론하며 두 나라의 우애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 있던 최 장관은 국왕의 국빈 방한 시 본인이 직접 국왕을 영접하고 박물관 관람을 안내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은 1968년 스웨덴 웁살라대 경제학과를 나와 27세인 1973년 국왕에 즉위했다. 1977년부터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 명예총재로서 스카우트 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와의 대화에 관심이 많아 이번 방한 중 K팝 등 젊은 세대의 문화와 한국의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일정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타브 16세 국왕 내외는 6월1일 일본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