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악재 탓으로 지루한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더욱이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어 단순한 루머 등장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키스톤글로벌은 대규모 미국 광산 지분 인수설(說)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정작 시장의 기대와 달리 주가는 오히려 급락,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광산 인수설을 보고 매수한 투자자들은 자칫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 회사의 광산 인수 가격(4억8000만 달러)이 결과적으로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고, 사전 재료 노출에 따른 매물이 단번에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 이 회사의 주가는 전날까지 사흘 연속 급상승해 20% 이상 뛰어올랐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키스톤글로벌 측에 미국 광산지분 인수 보도에 대한 사실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회사는 이날 오후 6시까지 공시를 통해 답변해야 한다.

또 담보주식 처분과 관련한 지분공시로 인해 대주주의 지분 매각설(說)이 나돌며 곤욕을 치른 상장사도 있다. 코스닥 기업인 스템싸이언스는 지난주 최대주주의 보유물량이 시장에 나왔다는 루머로 인해 주가가 하한가(가격제한폭)로 주저앉으며 피해를 봤다.

스템싸이언스 측은 이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1일 신한저축은행의 담보주식 처분과 관련한 지분공시의 경우 최대주주 보유 지분과 무관하다"면서 "최대주주로부터 보유주식이 전혀 변동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으며 신한저축은행의 담보주식 처분물량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주주간 단순 거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스템싸이언스의 주가는 이후 반등에 성공, 이날까지 6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급상승 중이다. 대주주의 지분 매각설 당시 300원선 초반대까지 추락했던 가격이 600원선에 근접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한국토지신탁 역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등장해 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상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엠피씨를 비롯해 신안캐피탈, 국내 사모펀드 등 이 한국토지신탁의 대주주 지분 인수를 위해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라는 것.

따라서 피인수대상으로 거론된 한국토지신탁은 물론 인수대상인 엠피씨 모두 주가가 연일 상승 중이다. 엠피씨는 이날까지 엿새 연속 올라 10% 이상 뛰었고, 한국토지신탁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전날까지 3거래일째 올랐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의 일본 영업비밀침해 소송 및 미국 특허침해 등에 관한 소송설에 대해 '현재까지 일본법원으로부터 소장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힌 상황이고, 쌍용건설은 이라크 대규모 건설공사 수주설에 대해 '이라크 상수도 공사 입찰에 참여해 수주를 추진 중이나,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답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는 기업의 내부 요인보다 외부 요인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라면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섣불리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는 사항이라도 좀 더 확실한 모멘텀(상승동력)으로 인식될 때까지 기다리고 경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